은현리 들판 따라 아침 산책을 하는데 하늘에 온통 뭉게구름이 떠있다. 하늘이 아니라 구름바다 같다. 7월의 벼가 건강하게 자라는 논은 그 바다에 떠있는 녹색의 사각 섬 같다. 뭉게구름은 구름공장에서 막 출시된 신제품처럼 새맑고 새하얗게 피어오른다. 왜 사람의 상상력은 자연의 일상을 따라가지 못하는지. 뭉게구름 같은 이불, 뭉게구름 같은 모자, 뭉게구름 같은 신발은 왜 없는지. 72색 크레파스에 왜 뭉게구름과 똑같은 색깔은 없는지. 나는 뭉게구름을 가진 여름 하늘이 부럽다. 뭉게구름이 비행선이라면 1등석 탑승권을 사서 여름 내내 둥실둥실 떠다니고 싶다. 히말라야에서 해발 8,000m 이상의 설산보다 구름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는데, 은현리에서 그 설산 구름과 같은 뭉게구름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여름나기를 한다. 뭉게구름은 여름 하늘의 선물이다. 아침나절의 뭉게구름은 은현리 서쪽으로 큰 그림자의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주는데 그건 뭉게구름의 선물이다. 언제부터 하늘을 보지 않고 살고 있다. 하늘을 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다. 겨울엔 춥다고 여름엔 덥다고 야단일 뿐 하늘을 보지 않는다. 찜통더위에, 열대야에 너도나도 덥다며 전력소비량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할 때 하늘이 미안해서 뭉게구름을 만들어 선물하는데 우리는 그 선물을 모른다. 닫힌 창을 열고 하늘을 보라. 당신의 선물이 거기 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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