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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소양교육이 뭐가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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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소양교육이 뭐가 나쁜가

입력
2010.07.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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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제적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인 1989년 1월, 전 국민 해외여행 자유화가 취해진 것은 올림픽을 통해 얻게 된 국제화 효과의 상징적 조치였다. 스포츠행사는 국민을 하나로 묶는 데 가장 유효한 수단이기도 하다. 재정위기에 몰릴 듯했던 스페인이 2010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 경제적 파급효과와 국민통합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사회개량과 국민의식 개혁을 지향하는 캠페인과 행사, 각종 활동이 펼쳐진다. 한국이 의장국인 서울 G20정상회의(11월 11~12일)를 100여일 앞둔 요즘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는 최근 ‘G20 성공 개최를 위한 시민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슷한 행사가 이어질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글로벌 에티켓을 주제로 한 교과서 보완자료를 발간해 9월 새 학기부터 초ㆍ중ㆍ고교에서 가르치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겉치레 준비와 전시행정, 시대착오적인 공무원ㆍ학생 동원, 이런 것들이 비판보도에 나오는 말들이다. 주로 관과 행정의 위력을 바탕으로 전개돼온 캠페인은 획일적이거나 고식적일 수밖에 없었고, 행사가 끝난 뒤 ‘질서 친절 청결’이 ‘무질서 불친절 불결’로 재빨리 환원되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대는 분명히 바뀌었다. 관과 정부엘리트가 국가발전과 사회변화를 주도하던 시대의 발상과 기획으로 이런 문제를 다루다가는 역효과만을 빚기 쉽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반대자들은 이 정부가 5공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공무원ㆍ학생 동원이나 겉치레를 위한 예산 낭비는 G20행사가 아니라도 감시와 억제를 통해 예방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교육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 방문의 해(2010~2012년) 중간에 열리는 G20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다른 나라들과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특히 ‘배려하고 사랑 받는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 구호에 맞게 이런 행사와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글로벌 에티켓을 가르쳐야 한다.

한국인들은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무례한 언행을 접할 때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치고 고쳐야 하는지 답답할 정도다. 일본인들은 이른바 메이와쿠(迷惑),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라고 어려서부터 가르치지만 우리는 그런 개념조차 없다.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떠들고, 엘리베이터 승ㆍ하차 예절을 무시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식당에서 머리를 빗는다. 세계적으로 발전속도가 뛰어난 IT부문의 예절은 세계적으로 창피하다.

해외여행자들이 꼭 이수해야 하던 소양교육은 1992년 6월 폐지됐다. 해외여행 자유화 20년이 넘었지만,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예절이 모범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소양교육은 당초 반공교육에서 민간외교관 교육으로 내용이 바뀌었지만, 요즘은 이런 것도 없다. 그런 교육을 부활시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양이란 평소에 닦아 놓은 교양이라는데, 한국인들은 평소에 교양을 닦고 있지 않다. 베트남 신부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서야 국제결혼 건전화를 위해 내국인도 외국인 배우자처럼 사전 소양교육을 받게 할 예정이라고 할 정도다.

아름답고 세련된 한국인

각급 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모든 직장ㆍ기관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듯 교양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전체의 교양수준이 높아질 때 진정한 국제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성숙한 시민사회가 조성될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팀을 새로 맡게 된 조광래 감독이 ‘세련되고 아름다운 축구’를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어온 투지와 체력, 조직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닐 것이다. 이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뜻인데, 세련되고 아름답게 도약하는 것은 축구보다 오히려 일반 사회에서 더 추구해야 할 덕목이다. 그 말 한 번 잘했다.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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