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뿌리뽑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9만5,0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대금결제 지연, 신기술 가로채기 등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고 다음달부터 현장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과 하청업체 쥐어짜기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대기업들이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ㆍ기아차 등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며 호황을 누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경제 회복의 과실에서 소외된 채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갈수록 악화하는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시급하고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대기업 조사에 임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협력업체를 갈취하는 대기업의 병폐가 수없이 지적됐는데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탓이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번에야말로 대ㆍ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바란다. 그러려면 강력하고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실태조사를 꺼리는 중소기업이 많은 현실을 감안,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도 말로만 상생을 외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상생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조 단위의 분기 이익을 기록 중인 대기업은 하나같이 수출 중심의 제조업체들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저금리와 고환율, 세제 지원 등이 실적 개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봐야 한다. 협력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희생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등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보여주는 게 옳다. 과도한 연봉과 성과급 등으로 ‘나홀로 잔치’를 벌이는 것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확산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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