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4월부터 80일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마린보이’ 박태환(21ㆍ단국대)이 땀의 결실을 맺었다.
박태환이 22일 경북 김천 실내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0 MBC배 전국수영대회 사흘째 남자 대학부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01초78 대회 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종전 대회 기록(2분06초88)을 5.10초 줄였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제5회 동아시안게임에서 김민규(아산시청)가 세운 한국기록 2분00초41에는 1.37초 뒤졌지만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처음으로 뛴 개인혼영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박태환이 이날 어느 때처럼 수건을 목도리 삼아 두르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입장하자 관중석에선 카메라 플래시와 환호가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4번 레인에 선 박태환은 수건으로 출발대 위의 물기를 닦으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박태환은 출발 총성과 함께 물속으로 몸을 날려 거침 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박태환은 이날 2008년 10월 전국체전 이후 1년 9개월 만에 출전한 공식 경기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박태환은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순으로 50m씩 물살을 가르는 개인 혼영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첫 번째 접영 50m 구간에서 26초08로 가장 먼저 턴을 한 박태환은 이어 배영 50m 구간에서도 32초23으로 1위를 이어갔다. 박태환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평영에서 35초89에 그쳤지만 5번 레인의 박범호(한국체대)보다 0.02초 빠른 1분34초20으로 150m를 마쳤다.
박태환은 자신의 주종목인 마지막 자유형 50m 구간에서 박범호(2분04초72)를 3초 가량 따돌리고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자유형 50m 구간 기록은 27초58. 25초 안팎의 훈련 때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유형 100m(48초94), 200m(1분44초85), 400m(3분41초86), 800m(7분53초04)와 1,500m(14분55초03), 계영 800m(7분23초61) 등 총 6개의 한국 기록을 가진 박태환은 자유형 50m 구간에서 선전했다면 7번째 한국 기록을 작성했을 수도 있었다.
박태환은 “너무 오랜만에 뛰어서 턴 등 어색한 면이 많았는데, 좋게 마무리해 기쁘다. 재미난 추억이 된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태환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자유형 200m에도 출전한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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