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자문형 랩’을 통해 증권업계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을 지켜만 보던 은행권이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랩 어카운트(Wrap accountㆍ종합자산관리계좌)’를 은행에도 허용하는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눈앞에 두고, 각 은행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경우 프라이빗뱅킹(PB) 사업단에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랩 어카운트’업무가 허용되는 즉시 전국의 은행창구에서 영업을 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국민과 신한은행도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PB분야에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도 금융 당국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은행이 랩에 뛰어드는 이유
은행이‘랩 어카운트’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높기 때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권업계에서‘랩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3월말 13조3,000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올 6월에는 28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속 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우리나라 투자문화가 선진화하면서 일정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챙기는 수수료가 짭짤하다는 것도 인기가 높은 이유다. 실제로 은행창구에서 판매하는 일반 펀드의 수수료율은 1.5% 내외인 반면 랩 어카운트 수수료는 3%에 달한다. 한 관계자는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위험을 감안해도, 이 정도면 탐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최소 원금 보장ㆍ10% 수익률 목표
시중은행이 내놓은‘랩 어카운트’의 수익률을 얼마나 될까. 금융당국이 아직 구체적인 방안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은행권에서는 정기예금과 기존 증권업계의‘자문형 랩’의 중간 수준에서 수익률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은행권의 생리상 투자금의 원본은 보장하는 수준에서 위험관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은행의 랩 어카운트는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예금, 방카슈랑스, 골드뱅킹, 외화예금 등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으며, 평균 8~10%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액 자산가들이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도‘랩 어카운트’를 선보이겠지만, 증권사처럼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이미 투자자문 업체와 접촉해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적정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조합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랩 어카운트: 고객이 자산을 맡기면 금융회사가 사전에 고객이 제시한 몇 가지 원칙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고 수수료를 받는 금융 상품. 지금까지는 증권사에게만 허용됐으나, 올 8월께 은행법 개정안이 확정돼 시행되면 은행도 고객에게 받을 돈을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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