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쾌활한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스캔들 제조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우파정치인이라는 점을 빼고는 공통점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이 세 사람이 같은 운명에 처했다. 유럽 경제위기로 재정 긴축을 단행하면서 지지율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고, 정치 스캔들과 리더십 위기로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을 이끌어가는 ‘우파 트리오’가 따가운 여론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임기는 2012년, 메르켈 총리와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13년까지다.
유럽 ‘큰 손’자처하다 위기
6개월 전만해도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영광을 재현한 인기 정치인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을 주도했다. 그런데 남유럽발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반대 상황이 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최고 큰 손 독일 정부는 그리스 등에 수십억유로 구제안을 ‘울며 겨자먹기’로 승인했으나, 독일국민들은 메르켈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6월에는 명예직인 대통령 선거에서 당내 반발표를 단속하지 못해 메르켈 총리가 밀었던 후보가 3차 결선까지 가서야 가까스로 당선됐다. 후계자로 꼽혀온 독일 제2도시 함부르크 시장 겸 주총리 올레 폰 보이스트 등 메르켈의 기독민주당(CDU) 인사들이 경제정책과 리더십을 비판하며 줄줄이 사임하는 등 집권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로레알 스캔들로 지지율 바닥
로레알 정치자금 수수 스캔들이 터지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찍었다. 2007년 전임들이 꺼렸던 엘리트주의 타파와 경제 개혁을 기치로 걸고 등장해 선풍적 인기를 구가했던 그가 부자 친구들과 고가의 바캉스를 떠나고 올 초 23세의 아들을 정부 요직에 미는 등 구태를 보이자 민심이 돌아섰다. 지난주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에 부정적 의견이 64%나 됐다. 최근 공금 유용 사실이 들통나 장관 2명이 물러난 데다 로레알 대주주 릴리앙 베탕쿠르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폭로가 결정타가 됐다.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상향하는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여 노동계가 총파업을 벌이는 등 반발도 심하다.
‘섹스 스캔들 제조기’ 부끄러운 총리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6년 정치이력 중 가장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각종 섹스 스캔들로 지난 5월 부인과 이혼했으며, 마피아 연루설과 탈세의혹 등이 불거졌다. 권위적인 국정 운영에도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며 정치생명을 이어왔지만, 최근 250억유로 규모의 긴축예산안을 밀어붙인 것에 국민들의 반발이 크다. 장관 두 명과 집권당 의원들이 뇌물 수수에 연관돼 검찰 조사중인 것도 부담이다. 스캔들에 비교적 관대한 이탈리아지만 최근 브라질 방문 때 상파울루 호텔방으로 반라의 봉춤 댄서 6명와 질펀한 파티를 벌인 게 들통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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