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한미 외교ㆍ국방장관 회의 결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이후 천안함 사태 2라운드 외교전이 순탄치 않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은 "(천안함 사태의) 출구전략은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원한다"(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북한을 겨냥한 강한 어조의 수사가 주를 이뤘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북핵 6자회담 조기 재개나 천안함 출구전략 가능성 등 일각에서 제기됐던 유화적인 대북 정책 흐름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공동성명은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모든 핵프로그램 및 핵무기 추구를 포기하라"고 촉구했을 뿐 6자회담 문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 기자회견에선 강도가 훨씬 센 대북 제재 방안이 쏟아졌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 의 불법 활동과 관련된 은행들의 금융거래 지원 중단 방침과 북한의 핵확산 활동과 관련된 자산동결 조치 등 추가적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대북 압박의 초점을 고강도 금융제재에 맞출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이 2005년 달러 위조를 문제 삼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해 고통을 가했던 방식으로 북한의 돈줄을 막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BDA 사건을 거치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한국, 일본 등과 사전 협의를 거쳐 대북 금융제재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이미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은 23일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아세안 10개국과 주요국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미국은 핵확산에 연루된 북한 고위급 인사의 해외여행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유럽연합(EU) 등과 의견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 제재 이행 문제를 담당할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는 점도 대북 압박 공세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리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한미 양국은 '조건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며 6자회담 조기 재개와 관련한 논란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유 장관은 "비핵화 이전에 평화협정 문제를 다뤄야 한다면서 안보리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붙은 6자회담은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지금으로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한국, 미국,일본이 의견 일치를 이뤘다"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지금은 6자회담을 밀어붙이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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