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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숲, 성미산 지키자" 온몸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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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숲, 성미산 지키자" 온몸 저항

입력
2010.07.21 17:33
수정
2019.09.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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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숲, 성미산 지키자" 온몸 저항

21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 중턱 천막에서 만난 차모(37)씨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 한 항공사에 근무하는 그는 이날 다행히 비번이었다. 국제 비행이 많은 근무 특성상 충분히 쉬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겉으론 '친환경 명품학교'를 짓겠다고 내세우면서 성미산 허리를 잘라내고 있는 공사를 손 놓고 볼 수만 없었어요."

지역 주민들은 해발 66m에 불과한 성미산 중턱에 천막을 치고 두 달 가까이 24시간 현장에 머물고 있다. 각 30~50여명으로 이뤄진 6개 팀을 꾸렸다. 낮 시간에는 주로 주부들이 나와있고, 직장에 다니는 남편들은 퇴근 후 공사 현장을 지킨다. "월차휴가나 조퇴를 내는 직장인도 여럿"이라고 성미산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전했다.

성미산 중턱에 천막이 들어선 건 5월 26일. 홍익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홍익학원이 홍익초ㆍ중ㆍ고 이전 사업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고 난 직후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의 하청업체 직원들이 전기톱과 포크레인을 동원, 수십 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을 베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나무를 끌어안고 온 몸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80~100여 그루의 나무들이 꺾이고 베였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아이들에게는 생태학습장이자 놀이터이고 어른들에게는 휴식처인 성미산의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모습에 주민들은 자신의 몸에 생채기가 나는 것처럼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우선 공사를 중단하고 성미산을 생태공원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문치웅(39)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도로점용허가도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며 "서울시와 시교육청 등 관계기관들이 수수방관하지 말고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학교건물면적이 성미산 전체 면적의 4%(5,240㎡)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를 생태공원처럼 꾸미겠다는 재단측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운동장 등 부대시설까지 포함하면 성미산 전체의 20% 정도가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사주체와 주민들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날 오후에도 포크레인으로 벌목을 강행하려는 직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 사이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학부모들은 인근 성서초등학교 학생들과 자전거로 다니는 주변의 중ㆍ고등학생들의 통학 안전을 걱정했다. 김모(38)씨는 "공사장 인근에 안전요원도 없이 중장비들이 드나들고 있는데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고 걱정했다.

주민대책위는 지난달 국토해양부에 청구한 주민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가 주민협의 약속을 어기고 시 도시계획위원회 승인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홍익대 교수를 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3일엔 천막 농성 60일을 맞아 주민총회를 열 계획이다. "지역 주민 모두가 성미산 지킴이들 아니겠습니까." 긴 싸움을 벌이면서도 주민대책위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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