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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로비에… 은행세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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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로비에… 은행세 물 건너 가나

입력
2010.07.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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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을 타던 정부의 은행세 도입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불과 한 두 달 만에 추진 동력이 크게 식으면서, 정부 내에서도"은행세 도입이 물 건너 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은행세 도입을 막으려는 금융권 물밑 로비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6월 캐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은행세 도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 분위기라면 은행세 도입은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묻고, 향후 찾아 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부채에 대해 일정 비율 부담금을 물리자는 것.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은행세가 도입되면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차단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6월말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각 국가는 은행세 도입과 관련해 개별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사실상 '각개약진'을 선언하면서,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양상. 우리 정부 내에서도 실효성은 없고 금융권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외화 유출입 차단을 위해서는 외화 부채에 대해서만 은행세를 물려야 되지만 이 경우 외국계 은행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며 "형평성을 고려해 원화 부채까지 물리자면 당초 취지의 달성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기 위해 선물환 규제까지 하고 나선 마당에, 은행세까지 덧씌울 필요는 없다는 논리이다.

은행세 도입이 은행권에 3중, 4중의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금보험료(은행예금의 0.08%) 외에 공적자금 분담을 위한 특별기여금(예금이 0.01%)까지 내고 있는 마당에 추가로 부채에 대해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너무 과중하다는 것. 특히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금융규제 개혁을 통해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규제 등이 강해질 경우 은행권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정부 고위 인사는 "금융규제개혁이 확정되면 은행세 도입 논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은행세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지만,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정부 내 기류 변화에는 금융권의 강력한 물밑 로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마련한 은행세 방안이 시행되면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2~4%, 최소 20조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 실세들이 정치권과 정부를 상대로 매우 강력한 물밑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에서 무작정 도입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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