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신업계의 최대 격전장은 기업 시장이다. 휴대폰 및 요금 경쟁 때문에 개인 가입자 시장이 전면에 부각되지만 실상은 한꺼번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 시장을 둘러싼 싸움이 더 치열하다. 기업 시장 영업은 특정 기업을 통째로 가입자로 확보하는 식이다. 기업 간 거래(B2B)여서 성사되면 한 번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 대규모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상훈 KT 기업고객부문 사장은 최대 격전지인 B2B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1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난 그는 앉자마자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꺼내 들었다. KT의 B2B 사업이 단순히 가입자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지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아이패드를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화면 가득 어떤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이 나타났다. 이 사장이 MRI의 특정 부위를 손가락으로 잡아 늘이는 시늉을 하자 해당 부분이 확대됐다. 그는 "이달 말부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사들에게 지급될 아이패드"라며 "병원 서버에 저장된 환자의 진료 기록부터 엑스선(X-ray),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까지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으로 불러내 모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진료나 수술 환자 회진 때마다 필요한 자료를 일일이 손으로 찾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서비스는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도 제공된다. 이 사장은 "멀리 떨어진 의사끼리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각종 의료 영상을 와이파이나 이동통신망을 통해 원격 판독할 수 있다"며 "법이 허용하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원격진료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의료 시스템 뿐 아니라 자동차 사고 현장서 한 번에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원격 보험 시스템, 제품에 원격 점검 장치를 부착해 판매한 뒤 수시로 관리하는 원격 사후관리(AS) 시스템 등도 개발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마산 지역 파프리카 농장에 설치한 원격 관리 시스템(MOS)으로 파프리카의 해외 수출을 늘린 사례는 농업과 정보기술(IT)의 대표적 융합 사례로 꼽힌다. 이를 계기로 최근에는 제 2의 파프리카 수출 신화를 만들기 위해 160개 버섯 농장에도 MOS를 설치했다. 이 사장은 "예전 전화국 시절부터 보유한 전국의 영업망과 시설, 인력이 KT의 강점"이라며 "이를 활용해 전국 어디서나 원격 관리, 점검 등의 유ㆍ무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KT의 성과는 중소업체와 함께 이뤄낸 점이어서 눈길을 끈다. KT는 원격 의료 및 MOS 등각종 서비스를 위해 니오커뮤니케이션 등 중소 협력업체들과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다. 이 사장은 "KT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협력업체들이 성장해야 KT도 생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소협력업체들이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면 그것이 곧 KT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 스마트폰 외에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한 솔루션 개발에 치중할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 태블릿PC 등이 전자교과서, 원격검침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기기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해 올해 결합 서비스 분야에서만 3,000억원의 매출과 15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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