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미군 헬리콥터가 이라크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미 대선기간 중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의 비밀 이메일을 공개하는 등 세계 각국의 극비자료들을 폭로해 유명해진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인 호주인 줄리언 어산지(39)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산지는 지난 16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테드(TEDㆍ기술 오락 디자인 등에 대한 지식 컨퍼런스를 주최해온 국제 비영리단체) 국제회의에 참석해 주최자와 대담을 가졌다고 미국 CNN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가 미군 헬기 민간인 공격 동영상을 공개한 이후 활동이 뜸해진 이유에 대해 자금을 모으고 웹사이트의 기술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고발자들이 제공한 충격적 뉴스들을 엄청나게 축적하고 있다”며 조만간 활동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을 공개 방문할 기회가 3차례 있었지만, 미국 당국이 자신을 “법 절차에 맞게 대우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모두 취소했다”며 미 정부가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미군 헬기 공격 동영상을 폭로한 혐의로 수감된 미군 병사 브래들리 매닝(22)은 ‘정치범’이라며 위키리크스는 그에 대한 법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동영상의 출처가 매닝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또 위키리크스 웹사이트는 폭로 행위가 법적으로 잘 보호되는 스웨덴과 벨기에 등 몇몇 국가들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전세계 내부고발자들로부터 우편물 등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얻고 있으며 자체 조사를 거쳐 이를 공개한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정보원의 신원을 모르며 우연히 알게 되더라도 가능한 한 모든 관련 정보를 즉시 폐기한다고 덧붙였다.
어산지는 어린 시절 영화산업에 종사하던 부모 때문에 자주 학교를 옮겨 다녔으며 10대에는 ‘언론 활동가’로 활동하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해커로 활동하며 호주 정부 및 각종 기업사이트 보안의 빈틈을 시험하다 기소돼 유죄인정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자신의 핵심 가치를 묻는 질문에 “유능하고 관대한 사람은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을 보살핀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호전적이라 사람 보살피는 일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보살핌이 있는데 그것은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주최자는 청중들에게 어산지가 영웅인지 위험한 말썽꾼인지 물었다. 청중들은 영웅이라고 대답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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