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첫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주요 현안이었던 로커비 사건(1988년 미 팬암기 폭파 사건) 범인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영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로커비 사건 범인을 석방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데에 오바마 대통령과 ‘격렬한(violent)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러한 표현의 진의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일부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석방에 관련된) 모든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캐머런 총리는 새로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무엇이 잘못된 결정이었는지를 나에게 말해줄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 그건 BP가 아닌, 스코틀랜드 정부가 내린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로커비 범인 석방 과정에 리비아에서의 석유이권을 노린 영국 석유회사 BP의 로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얘기다. 캐머런 총리는 BP가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의 책임자로서 미국내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 “원유유출과 로커비 폭파범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캐머런 총리가 기존 로커비 조사에서 얻은 정보는 추가 공개하겠지만 새로운 조사에 착수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중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미국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영 정상회담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 공동 기자회견으로 예우를 갖췄고 캐머런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빈 초대로 답했지만 껄끄러운 현안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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