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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아산병원 <4> 암 맞춤치료 모델 제시하는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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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아산병원 <4> 암 맞춤치료 모델 제시하는 ‘암센터’

입력
2010.07.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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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에 사는 김모(44)씨는 혈변이 나와 지방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즉시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에 예약한 뒤 진료를 받았다. 진료실에서는 대장암을 전문으로 진단하는 내과의사와,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의사, 방사선 치료 전문가, 약물치료 항암 전문가, 방사선과 의사 등 5명의 의사가 김씨의 치료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이들은 암센터 대장암 통합진료팀이다. 이 5명의 임상분야 전문가는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고, 즉시 수술을 위한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의 ‘통합진료’는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환자 맞춤형 진료방식이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널리 시행하고 있는 첨단의 진료방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하게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김씨는 편안한 마음으로 1주 뒤로 예정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 진료 방식으로 했다면 검사와 진료만 최소한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했을 터였다.

5개 진료과 의사가 통합 진료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1ㆍ2차 의료기관에서 암 진단을 받고 찾아온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도는 수고를 덜도록 통합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암환자가 암센터 통합진료실을 찾으면 내과와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등의 의사 5명이 한 진료실에서 동시에 진료를 한다. 이영주 암센터 소장은 “암환자는 처음부터 자신의 증상에 맞는 맞춤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우리 병원은 어떤 암환자든 최적의 순서에 따라 최상의 진료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같은 세계 유명 암센터에서만 가능했던 통합진료시스템을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뒤, 이 병원을 찾은 암환자의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다. 통합진료를 받은 암환자 86명을 조사한 결과, 98.8%가 의료진과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암 진단에서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의 치료계획을 동시에 수립하고 치료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통합진료시스템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암은 종류만큼 성질도 다양하다. 예컨대, 뇌종양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반면에 유방암과 식도암 등은 초기부터 다른 부위로 전이가 잘 된다. 또 혈액암은 항암 약물요법에 반응이 매우 좋은 반면, 간암과 담도암 등은 항암 약물요법에 대한 반응이 별로 좋지 않다. 갑상선암과 콩팥암, 전립선암 등은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리지만, 폐암과 간암 등은 매우 빠르다. 또한 종류가 같은 암이라도 발병하는 위치에 따라 치료 성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환자에 맞는 최적의 맞춤 치료가 치료성적을 좌우한다.

유창식 암센터 대장암팀 교수는 “암 치료는 의사 1명이 맡아 하기에는 고차원의 복잡한 함수”라며 “암 치료 성적에 있어서는 조기 발견과 더불어 신속하고 정확한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특히 통합진료는 불필요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최첨단 진료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표적방사선으로 암세포만 집중 공격

최근 가장 발전하고 있는 암 치료분야는 방사선치료와 항암약물요법이다. 암환자는 암 치료를 받으면서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파괴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 때문에 암 치료법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표적방사선치료’다. 이는 호흡 등 미세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고 3차원적으로 계산된 시간차 좌표를 따라 암세포만 정밀 타격한다. 주변 정상세포를 보존하면서도 치료성적이 높아, 이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만 2008년 4,600여명에서 2009년 1만2,500여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00년부터 종양모양에 따라 방사선 세기를 조절해 쬐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폐나 간 등 호흡할 때 움직이는 부위까지 쫓아가면서 방사선을 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최은경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표적방사선치료는 일반 방사선치료와 달리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좋은 치료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토모테라피, 사이버나이프 등 최신 방사선 치료기기가 치료 성적 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여전히 치료의 중심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암환자 전용 응급실 운영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마련한 ‘긴급진료실’도 세계적인 선진 시스템이다. 암환자가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고열 등을 호소하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암환자 전용 응급실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 호스피스ㆍ완화의료학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응급실에 실려오는 암환자는 평균 32시간을 응급실에 머무른다. 그러나 대?종합병원 응급실은 환경이 매우 열악해 암환자가 감내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 통원치료를 받거나 경과 관찰 중인 암환자에게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기존 응급실 대신 찾을 수 있는 암환자를 위한 전용 긴급진료실을 마련했다. 김태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환자 전용 긴급진료실을 마련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며 “이로써 암환자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24시간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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