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명석의 That's hot] SBS '런닝맨'엔 대화가 필요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명석의 That's hot] SBS '런닝맨'엔 대화가 필요해!

입력
2010.07.21 12:04
0 0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은 같은 프로그램의 전작 ‘패밀리가 떴다’를 뒤집은 것 같다. 출연자는 시골집 대신 대형 쇼핑몰이나 스타디움에 모이고, 게임은 농촌 환경을 이용한 것에서 출연자가 디지털 카메라로 웃는 사진을 찍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런닝맨’은 결국 ‘패밀리가 떴다’, 더 나가서는 ‘X맨’에서 시작된 SBS 버라이어티 쇼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출연자들이 유재석을 중심으로 두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해서만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닫힌 공간의 게임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코너를 출연자들끼리 진행했고, ‘런닝맨’은 아예 건물 출입구를 폐쇄한 채 출연자들끼리만 게임을 한다. 농촌이든 도시든, 두 프로그램은 사실상 ‘X맨’의 스튜디오를 야외로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

MBC ‘무한도전’ 이후 출연자들이 야외로 나가 미션을 수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등장했고, SBS 예능국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유행을 따른 셈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이나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밖으로 나가면서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을 만난다. 그들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거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출연자들에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부여된다.

반면 ‘런닝맨’은 도심 한가운데서도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그들은 출연자들에게 거대한 쇼핑몰을 뛰어다니게만 할 뿐이다. 제작진이 숨겨놓은 비밀번호나 상금을 찾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나마 ‘패밀리가 떴다’는 식사 시간 등을 이용해 출연자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런닝맨’은 출연자들이 대화할 시간도 없이 뛰어다닐 뿐이다. 이는 ‘런닝맨’의 승부수인 MC 유재석의 장점을 없애는 것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에서 드러나듯, 유재석의 장점은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로부터 캐릭터와 스토리를 발견한다.

하지만 ‘런닝맨’은 유재석이 출연자와 대화하는 대신 계속 뛰고, 심지어 다이빙을 하도록 만든다. 그건 유능한 정치가에게 축구를 시키는 것과 같다. ‘런닝맨’의 초반 부진은 유재석의 문제가 아니라 ‘X맨’ 시절과 달라진 것 없는 SBS의 기획력 탓이다. 제작진이 해야 할 것은 특급 MC 영입 이전에 농촌이나 도시가 결국 사람 사는 곳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들은 왜 유재석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걸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