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ㆍ국방장관(일명 2+2) 회의가 열린 정부종합청사 19층 대회의실. 회담 테이블 앞쪽 단상을 중심으로 왼쪽편에 세워진 태극기 옆에 미국 대표단이, 반대편에 세워진 성조기 옆에 한국 대표단이 앉았다. 통상 자국의 국기를 배경으로 좌석을 배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런 좌석 배치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2+2회의는 6ㆍ25 전쟁 60주년을 맞아 '혈맹'임을 재확인하면서 한미 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 국무ㆍ국방장관의 비무장지대(DMZ) 방문과 용산 전쟁기념관 헌화, 미국 최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부산항 입항 등도 이번 회의의 상징성을 더욱 높여 준다. 이번 회의는 상징적 의미를 떠나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동맹을 통한 실질적인 대북 전략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 전문가는 "한국과 미국은 이번 2+2회의를 통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촉구함으로써 대북 정책을 놓고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번 2+2회의는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글로벌 전략 및 동북아 전략에서 한미 동맹이 중심축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일본의 후텐마 기지 논란으로 약화된 미일 동맹보다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이 이날 성명에서 앞으로 수개월간 동ㆍ서해를 무대로 연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억지하고 격퇴할 수 있는 공고한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훈련에 반대해 온 중국에 대해 '군사주권적' 차원의 방어 훈련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강력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60년간 이어온 군사ㆍ정치 동맹을 넘어 경제ㆍ사회ㆍ문화 분야로 폭을 넓히고 협력의 범위도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키워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이 이번에 차관보급 2+2 회의를 정례화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2+2회의 형태로 양자간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갖는 국가는 호주와 일본 정도밖에 없다"며 "장관들의 바쁜 스케줄상 장관급 2+2 회의는 정례화하기 어렵지만 차관보급으로 레벨을 낮춰 2+2의 틀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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