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60년의 정점을 찍었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열린 한미 외교ㆍ국방장관(일명 2+2)회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참석자들의 면면만 봐도 그랬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ㆍ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12명씩 총 24명의 양국 외교ㆍ안보 라인 실세가 총출동해 돈독한 우의를 과시했다. 통상 대통령을 포함해 각 9, 10명씩의 참석자로 구성되는 한미정상회담의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 매머드급 회의였다.
이날 회의는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별관 외교통상부 19층 대회의실에서 오후 2시15분께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됐다. 한미 동맹, 안보 협력, 북한 비핵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의제가 많아 양국의 장관들이 각 주제에 대해 돌아가며 10~15분간 기조발언을 하면 참석자들이 서로 토론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후 브리핑에서는 클린턴 장관이 당초 공동성명에 없던 자산동결 등 추가 대북제재를 언급하면서 순간 분위기가 술렁이기도 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한미연합훈련 구역인 동해와 서해를 표기하면서 ‘한반도 동쪽과 서쪽 해역’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14일(현지 시간)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던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의에 앞서 오전 11시10분께부터 약 1시간 동안 네 명의 장관들은 분단의 상징인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자유의집, 오울렛초소(241 GP) 등을 둘러봤다. 양국의 외교ㆍ안보 부처 장관들이 함께 DMZ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1976년 도끼만행사건이 벌어졌던 장소 옆에 있는 돌아오지않는다리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전 클린턴 장관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오울렛초소는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 떨어진 미군의 최전방 초소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93년 방문했었다.
클린턴 장관은 “이렇게 와서 보니 남북을 갈라놓은 국경이 얇은 선에 불과하지만 두 곳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고립에 빠져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북한이 방향을 바꿀 때까지 우리는 한국 국민과 정부를 대신해 이곳에 굳건히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후 1시40분께 네 명의 장관들은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으로 이동해 6ㆍ25참전 유엔군 전사자와 천안함 전사자 46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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