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젊은 나이에 챔피언의 소망을 접고 저세상으로 가다니….”
17일 충남 예산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한국 슈퍼플라이급(52.160㎏) 챔피언 결정전에 나섰다가 상대 선수의 펀치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프로복서 배기석(23ㆍ사진) 선수가 21일 오전 4시2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8회 TKO패를 당한 뒤 구토 증세를 호소, 대전 을지대병원으로 옮겨져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배 선수는 전형적인 헝그리 복서였다. 4세 때 병으로 아버지를 잃고, 그 충격에 어머니가 가출하는 바람에 외할머니 주옥순(79)씨 손에 길러졌다. 17세에 가정을 일으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링에 올랐던 그는 2003년 5월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7승(4KO) 1무 7패를 기록 중인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는 챔피언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배 선수의 가족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배 선수의 시신을 을지대병원에서 부산 영락공원으로 옮겨 빈소를 차렸다.
하나뿐인 동생 기웅(21ㆍ군인)씨는 “너무 힘들게 살다 간 형이 이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며 오열했다. 배 선수는 1라운드에 10만원 정도의 대전료가 주어지는 복싱 경기로는 생활비를 조달하기 어려워 낮에는 공장에서 선반을 깎는 일을 해야 했고, 밤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훈련에 몰두했다. 궁색한 형편에서도 그는 돈을 아껴 동생의 대학 등록금까지 마련해 주기도 했다.
선배 박성국(31)씨는 “기석이는 항상 동생과 할머니, 집 걱정을 했다”며 “급료나 몇 푼 되지 않는 대전료를 받으면 모두 집에 갖다 주고, 동생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노력했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권투위원회는 이날 긴급 장례위원회를 열고 배 선수를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모금 운동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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