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직권조사는 보통 특정업종을 겨냥한다. 건설업이나 유통업, 제약업 등등. 하지만 ‘대기업’들을 겨냥해 조사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그 강도가 사상 유례 없을 만큼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왜 대기업인가.
현재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양극화의 골은 여전히 깊고, 체감경기는 냉랭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는 그 원인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서 찾고 있다. 대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실적에 보너스 잔치까지 벌이는데도,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연명조차 힘든 현실은 곧 경기회복의 과실이 대기업에만 독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대기업들이 호황의 결실을 중소기업에 나눠주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오랜 갑(甲)ㆍ을(乙)관계를 청산해 상생협력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양극화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민심이반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6ㆍ2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양극화로 인한 중소기업 및 서민들의 외면이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서민경제 살리기를 집권 후반기 정책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점을 강조해 왔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대기업은 경기가 어려울 때는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경기가 호전될 경우에는 혜택을 공유하지 않아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특정 대기업 이름까지 거론하며 “대기업이 파이를 다 먹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일보가 3부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ㆍ을구조를 동등한 상생협력구조로 바꾸지 못한다면 양극화 해소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조사 어떻게? 강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장서는 정부의 이번 특별 조사는 ▦실태조사 ▦직권 현장조사 ▦제재 수위 결정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우선 공정위의 정기 실태조사와 범정부 차원 현장점검단의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해 직권 현장조사 대상을 정하면, 다음달부터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다고 신고된 업종과 대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직권조사가 시작된다. 여기서 불공정 행위가 적발된 대기업에는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시정조치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이 공정위 직권 조사 대상이 되느냐 하는 부분.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익을 많이 낸 것과 불공정 행위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예외 없는 실태조사가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양극화 문제에 대한 정권 차원의 문제 의식에서 이번 특별조사가 시작된 만큼 상당수의 대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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