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 상 5’ 이달 초 김모(76)씨의 휴대폰에 찍힌 문자다. 김씨는 즉각 교도소 동기 권모(65)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서울 잠실의 근처 대형 서점으로 향했다. 둘은 서점에서 고등학교 수학문제집인 다섯 권을 헐렁한 상의 남방 밑에 감추거나 두꺼운 서류철 사이에 끼워 넣은 뒤 계산을 하지 않고 유유히 서점을 빠져 나왔다. 훔친 책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청계천 일대의 일명 나까마(중간상인)에게 절반 가격에 팔아 넘겼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올해만 서울 시내 대형서점 12곳을 돌며 최소 책 600만원 어치를 훔쳐 팔아먹은 김씨와 권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대형서점에서 성경책과 신간서적 3권을 훔쳐 나오다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며칠째 미행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의 차 안에는 법전 사전 수필집 성경책 등 다양한 종류의 책 450여권(시가 600만원 상당)이 실려 있었다. 둘은 책에 찍혀있는 서점의 고유마크(도장)를 없애기 위해 물파스를 바르는 등 약품 처리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와 권씨는 각각 전과22범, 12범으로 교도소에서 알고 지내다 2007년 출소 후 만나 범행을 모의했다. 일부 도난경보기가 없는 서점을 대상으로 하던 이들은 지난해 고객이미지 관리를 위해 대부분의 대형 서점이 도난경보기를 없애자 범행장소를 확대했다.
이들은 가끔 서점 폐쇄회로TV에 책을 훔치는 장면이 찍혀 서점 직원들에게 걸리기도 했지만 고령이라는 점을 들어 서점에서 책값의 5배만 받고 그냥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책을 훔쳐 판 돈으로 수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등 유흥비로 탕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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