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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홍준표가 ‘까칠’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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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홍준표가 ‘까칠’하다고?

입력
2010.07.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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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홍준표 의원만 이상한 사람 되게 생겼다. ‘까칠한 홍준표’에서 ‘발목잡기’라는 탄식을 거쳐, ‘몽니’라는 비아냥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안상수 신임 대표의 병역기피 문제를 헤집은 홍 의원과 그의 행위에 대해 최근 여권에서 나도는 용어의 미묘한 변천이 그런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원로 격인 인명진 목사는 “국민은 홍 최고위원이 당대표에서 떨어져 투정, 몽니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홍 의원의 행보를 ‘성숙하지 못한 어린애 같은 모습’이라고까지 했다.

그럴듯한 ‘곁다리 분석’도 양념처럼 등장했다. 두 사람이 검사 시절부터 물과 기름이었다느니, 라이벌로서 사감(私感)이 작동하고 있다느니, 한나라당 내 헤게모니 변동과정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그다운 도박이라느니 하는 얘기들이 그것이다.

와중에 안 대표는 “협조하면서 잘 하자고 할 생각”이라며 둘이 만나 소주를 나누는 모습까지 재빨리 연출했다. 정말 이대로라면, 홍 의원은 별 수 없이 ‘까칠한 꼴통’이거나, 잘해야 약삭빠른 ‘승부사’ 정도로 치부되고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보수를 자처하는 집권당 대표 후보자가 병역의무를 기피한 혐의가 있다는 고발과, 그런 사람은 당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그런 사람이 대표가 된 것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이 무슨 ‘몽니’이고 ‘발목잡기’며, ‘어린애 같은 모습’인가. 그런 건 한 솥 밥을 먹는 식구들로써 한나라 당원들끼리나 할 말이지, 언제 국민이 그런 시비를 말렸으며, 누가 화해하라고 했는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이번과 같은 분명한 시비가 더욱 장려돼야 한다는 쪽에 서 있으며, 차제에 정치판의 수많은 시비가 어물쩍 넘어가는 일도 없어지길 바란다고 본다. 정치란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 시비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져야 하는 무대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공공의 가치를 세우고 지켜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공공의 가치에 전적으로 복무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가수가 만날 ‘광야에서’ 같은 노래만 부르고 앉았으면 따분하기 짝이 없을 테고, 호텔의 서비스맨이 터무니 없는 민족감정에 사로잡혀 주한 일본 대사가 주문한 오렌지주스에 고춧가루를 타서 내놓는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래서 사회는 공공의 정의와 가치를 위해 복무하는 역할을 일종의 분업적 시스템에 의해 소수의 정치인에게 위임하고 합당한 권력과 명예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사회적 임무를 서둘러 비껴가려는 분위기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비교적 젊은 정치인들까지 슬슬 절차적 정당성을 거론하며 안 대표의 문제를 유야무야하려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편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바로 그런 치열하지 못한 묵인과 편승이 우리 사회를 고질적인 요령과 임기응변, 편법이 판치는 무대로 만든 주범인데도 말이다.

한나라당은 어찌어찌 하다 보니 국내의 보수적 가치를 대변한다고 자처하게 됐지만, 여전히 그것을 하나하나 새로 일궈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집권 이래 수많은 시대착오적 패착을 거듭한 끝에 이번에 또다시 스스로 존립기반을 크게 훼손해버렸다. 많은 이들은 한나라당이 섣불리 이번 문제에서 달아나려고 버둥거리는 대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바랄 것이다. 어쨌든, 보수가 참 한심하게 됐다.

장인철 생활과학부장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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