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서울 마포 을)이 남녀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에서 했다는 성희롱ㆍ성차별 발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강 의원은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성 접대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 말이다. 그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고. 아나운서라는 특정 직업인 전체를 심하게 모욕한 말이다.
최근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강 의원은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고 참가자들의 얼굴만 본다.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고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고도 한다. 실력은 중요하지 않고 얼굴 잘생긴 것이 전부라는 식이다. 성 차별적 발상이 놀랍고, 누구보다 관련 법률을 잘 알고 있을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개탄할 일이다. 엉뚱하게 이명박 대통령을 물고 들어간 얘기도 참으로 황당하다.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옮기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강 의원은 “참석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해당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도 강 의원의 해명과 반박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동석했던 대학생들이 전하는 얘기가 꾸며내거나 과장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구체적이다. 약간의 반주를 곁들인 식사자리여서 취중의 말 실수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책임이 면해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즉각 당 윤리위원회 긴급 진상조사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몇 년 전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시비 등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성 추행ㆍ성희롱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온 한나라당이다. 불미스러운 이미지를 털어내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에 앞서 강 의원은 보도 내용의 반만이라도 사실이라면 의원 직을 사퇴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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