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7’은 반드시 다시 무대에 올려야 한다. 발레와 현대무용 사이에 좌표를 찍은 이 작품은 춤이 충분히 재미있는 장르라는 점을 일깨웠다. 중절모에 검은 양복을 벗었다 입고, 몸을 웅크렸다 펼치는 무용수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객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관객과의 소통은 무용수들의 경직된 팔다리에도 자유를 허했다. 발레리나(노)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춘 관객이 있는가하면 앉은 이들도 손발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과연 오하드 나하린은 이스라엘 국보급 안무가였다.
지난 18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내린 ‘디스 이즈 모던’은 전체적으로 세련미가 넘쳤다. 초연 시기가 10여 년 차이가 나는 모던발레 3편을 묶었는데, 모두 2010년에도 뒤처지지 않는 현대성을 자랑했다.
유럽 현대발레의 신동으로 알려진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1987년 작)은 파격이었다. 초록색 레오타드를 입은 남녀는 미래적인 느낌의 금속성 음악에 맞춰 쫀득한 몸짓을 이어갔는데, 춤이 맛있었다. 스토리가 없고 의미가 형이상학적이라고 해서 무용이 재미없다는 편견도 완전히 날아갔다. 가장 최신작인 하인츠 슈푀얼리의 ‘올 쉘 비’(2001년 작)는 과장과 위트를 자랑했지만 두 작품에 비해 호응이 크지 않았다.
이번 무대로 컴백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출신 한상이는 안정적이었다. ‘인 더 미들…’에 처음 도전한 이승현은 신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자랑인 군무는 ‘마이너스 7’에서 더욱 빛났으며, 커튼콜에서는 무용수들의 개인기가 종합세트로 펼쳐졌다.
한 관객은 자신의 트위터에 “발레공연에서 박수치며 웃은 적이 있었던가”라는 감상평을 적었다. “예쁜 발레리나 언니 손에 끌려 무대로… 잊지 못할 무대 위에서의 막춤? 이것은 정녕 모던!”이라는 트윗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성공적인 무대를 입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언제 또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발레단에 따르면 ‘인 더 미들…’은 올해 계약이 끝나며, ‘마이너스 7’도 내년 라인업에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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