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듯하다. 전국의 미분양ㆍ미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수도권지역 아파트값이 22주째 하락하고 월 거래량도 평년의 30%대 수준에 그치는 등 시장 침체는 분명 심각한 상황이다. 2002년 이후 큰 조정 없이 호황이던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것은 그렇다쳐도 거래마저 끊기는 것은 불길한 경착륙 조짐이다. 문제는 그동안 쓸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동원했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대출규제 완화 등 그나마 남은 카드는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책 방향은 뚜렷하다. 주택시장 안정기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거래 숨통을 크게 넓혀준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민은 두 가지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작금의 주택시장 침체는 수급 불균형 혹은 과잉규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과세 강화 등 가격 억제정책의 지속으로 주택의 자산증식 매력이 줄어든 데다 주택보유 성향도 유동성을 중시하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더 커졌다. 따라서 대책의 초점은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진 집값 추가하락 기대의 고리를 끊고 실종된 매수세를 되살리는 것에 모아진다.
이 대목에서 문제는 복잡하게 꼬인다. 매수세를 자극하려면 철옹성 같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잘못된 접근은 우리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건드려 엄청난 후폭풍을 낳게 된다는 반론이 정부 내에서조차 팽팽하다. 학계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렸으니 부동산 폭등기의 비상처방이었던 대출규제를 늦춰도 된다는 의견과, 대출규제 완화는 주택매수세 유인보다 한계 자영업자의 집 담보 자금부채만 늘릴 것이라는 반론으로 갈려 있다.
이럴수록 정부는 허둥대지 말고 시장을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 대출 금융규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은 물론 가계대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최후의 보루임을 재차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제ㆍ재정 지원 등의 미시적 처방으로 적시에 물꼬를 트는 정책은 좀 더 과감해야 하지만 전체 틀과 기본을 훼손해선 안 된다. 내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혜로운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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