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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포트] (10.끝) 21세기 신실크로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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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포트] (10.끝) 21세기 신실크로드를 연다

입력
2010.07.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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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 중앙아시아 개척 상부상조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최대 상업도시 알마티 시내. 2011년 동계 아시안게임 대회 중 일부가 치러질 대형 경기장이 보이고, 그 옆으로 사무용 건물 한 채와 일반 주택 두 채가 서 있었다. 우리로 치면 과거 동대문경기장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그 주변으로 크고 작은 건물 여러 개가 들어섰던 것과 비슷해 보였다. 대체로 낡고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이 세련된 건축물들은 한국 중소기업인 글로웍스가 카자흐스탄에서 선보이는 ‘모듈러 주택’의 모델 하우스다.

모듈러 주택은 일반주택과 달리 집의 주요 골격을 생산 공장에서 60~70%를 완성하고 현장에서 짜맞춰 완공하는 건축물로 이미 유럽과 일본 등에서 보편화했다. 일반 건축에 비해 비용이 3분의 2 수준으로 저렴하고 완공기간이 1~2개월에 불과하다. 이 덕분에 글로웍스는 카자흐스탄 국방부의 군인 숙소와 국영 석유가스회사 건물, 기숙사 등 공공시설물을 중심으로 수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최기현 글로웍스 이사는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에서는 주택이 절대 부족해 앞으로 10년간 공공시설물과 저소득ㆍ중산층 주택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며 “올해 수 백억원 수주를 시작으로 2~3년 내 약 1,000억원대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에서 21세기 신실크로드를 개척하려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행보가 거침 없다. 이들 기업들은 일찍이 원유 등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0%의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등 CIS국가들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역시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고속 성장하던 금융과 건설 부문의 타격이 컸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지난 해까지 겪었던 사업 존폐 위기를 극복하고 이제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콘크리트 공급 업체 순위 3위에 올라선 ‘알카즈 베톤’이 대표적이다. 2004년 한국에서 건너간 전알렉스(41) 사장이 2006년 현지에서 설립한 이 업체는 20년 이상 한국에서 쌓은 고품질 콘크리트 기술을 앞세워 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내 위기가 찾아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카자흐스탄의 건설 경기도 급속히 위축된 것. 알카즈 베톤에게도 힘겨운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국 기업 특유의 근성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적자를 보더라도 품질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고, 일단 ‘먼저 써보고 품질이 마음에 들면 나중에 비용을 지불하라’는 파격적 영업 방식도 도입했다. 그러자 위기는 기회로 변했다. 부실한 품질과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던 카자흐스탄의 콘크리트 기업들이 하나 둘씩 나가 떨어진 것이다. 이 덕분에 알카즈 베톤은 지난해 820만 달러 매출에 시장 점유율은 15%로 올라섰고, 올해 주요 사회간접자본 건설 공사 등을 따내며 수천만 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전 사장은 “카자흐스탄은 한국에 비해 20~30년 정도 기술이 뒤쳐져 있어 우리의 기술력만 제대로 발휘하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강점을 부각시킨 측면도 있다. 우림건설은 알마티 시내에서 4조5,000억원 규모의 우림애플타운 프로젝트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애플타운에는 알마티에서 볼 수 없었던 아파트(2,700가구), 오피스(1,000실), 쇼핑센터 등의 초대형 복합생활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지금 공사 현장에는 1차로 8개의 건물이 올라간 상태인데, 이 일대에서 건설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알마티의 건설 현장 대부분이 멈춰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림건설의 공사 현장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나는 한국 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한국 기업들 간 진정한 상생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우림건설이 어려움 속에서도 골조공사를 진행하자, 큰 도움이 된 기업은 콘크리트를 납품한 알카즈 베톤이었다. 알카즈 베톤은 그 동안 성장하며 쌓은 노하우를 처음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실질적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글로웍스가 알마티에서 모델하우스 공사를 시작하자 이번에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준 기업은 우림건설이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 돕고 협력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최병준 우림건설 상무는 “한국 기업들이 다 함께 잘 돼야 각각의 기업과 이후에 진출할 한국 기업들도 잘된다는 생각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며 “내년쯤이면 카자흐스탄의 경제 위기도 회복돼 한국 기업들의 진출 여건이 더욱 나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마티(카자흐스탄)=강희경기자 kstar@hk.co.kr

■ 이스칸데르 국립 KBTU 총장 "건설업 등 비자원 분야 차기 블루오션 급부상"

"기술력이 앞선 한국 제조업, 건설업, 기계산업의 진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스칸데르 국립 카자흐-영국 기술 대학(KBTUㆍKazakh-British Technical University) 총장은 앞으로 제조업 등 비자원 분야 산업이 적극적으로 카자흐스탄에 진출해 줄 것을 희망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자원 개발은 이미 경쟁이 심화된 레드오션"이라며 "앞으로 정부의 적극적 투자가 이뤄질 건설, 기계, 중공업, 제조업 등 비자원 분야 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이 진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칸데르 총장은 과거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부행장, 석유가스공사 부사장을 거쳐 카자흐스탄 경제계획전략부 장관을 지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손꼽히는 경제분야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현재 카자흐스탄 서북부 지역의 자원개발, 중공업, SOC 사업을 총괄하는 서북부개발공사의 공동의장도 맡고 있다.

이스칸데르 총장은 특히 한국 기업인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업인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것을 뚫고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지난 금융 위기 때 보여준 책임감과 신의에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경제는 아직 원유 가격 등 지하 자원의 영향이 커 지난 금융 위기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며 "앞으로 상황은 점차 나아질 것이며, 다시 한번 고도 성장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 고 말했다.

알마티(카자흐스탄)=강희경기자 kstar@hk.co.kr

■ 카자흐는 중앙아시아 요충지… 한국 기업들엔 기회의 땅

카자흐스탄은 여러 이유로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기업인들 사이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카자흐스탄은 독립국가연합(CIS)에 속한 나라 중 러시아 다음으로 국내 총생산(GDP)이 높은 나라다. 398억 배럴의 석유매장량(세계 9위)과 3조㎡의 천연가스 매장량(세계 11위), 정부의 대외개방 및 시장주의적 정책이 지난 10여년간 연간 10% 안팎의 빠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정치도 매우 안정적이다. 카자흐스탄은 구소련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심각한 정변을 겪지 않았고 정치적 안정이 지속된 나라다. 특히 구소련 국가 중 처음으로 민주주의 증진 및 인권 보호 등을 위한 국가 간 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2010년 의장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은 상호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네 번이나 한국을 방문, 고도 성장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고, 경제발전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2008년 10억 배럴의 예상 매장량을 가진 카스피 해상의 ‘잠빌’ 광구 탐사 계약을 따냈고, 지난해에는 25억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화력 발전소 건설을 수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급성장하던 카자흐스탄의 발목을 잡았다. 은행들은 줄줄이 문을 닫거나 합병됐고 경제성장률은 2008년 3.3%, 지난해 1.9%로 곤두박질 쳤다. 산업 생산 증가율도 2004년 10.4%로 정점을 보이다 지난해 0.5%로 수직 하강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최진형 알마티 KOTRA 과장은 “아직 실물 경제는 완전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회복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카자흐스탄 정부의 제조업 육성책, 장기 경제개발 계획, 카자흐스탄-러시아-벨로루시 관세동맹 등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마티(카자흐스탄)=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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