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버섯재배업자 이모(49)씨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 일대에 고속철도(KTX)사업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이 일대에 땅주인 모르게 비닐하우스를 설치, 버섯과 부추 등을 심었다. 하지만 작물재배 시늉만 한 터라 2년 동안 한번도 농산물을 출하하지 않았다. 대신 이씨는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경매사 염모(40)씨와 짜고 있지도 않은 버섯을 허위로 경매에 부쳐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물품출하를 증명하는 정산서를 받았다. 허위실적으로 증명서를 받아 영농손실에 따른 정부보상금을 타 내려 한 것이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중희)는 20일 하지도 않은 경매를 진행한 것처럼 꾸미거나 경매가를 조작한 장모(41)씨 등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소속 경매사 4명을 경매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안모(38)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경매사에게 허위경매를 부탁한 농산물유통업자 고모(47)씨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씨 등 10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로부터 명의를 빌린 무허가 중간도매인 강모(55)씨 등 도매상10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경매사 장씨 등 4명은 2008년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2,857차례에 걸쳐 전자경매시스템을 임의로 중지시킨 뒤 손가락을 사용하는 수지식 경매로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업자들의 물품가격을 비싸게 매겨주고, 실적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오른 가격으로 물품을 사야 하는 중간도매상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지은 개별농민들의 물품은 경매가 보다 낮게 조작했다. 이들이 정한 낙찰가는 정상가격과 크게 30%까지 차이가 났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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