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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국립오페라단의 담대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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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국립오페라단의 담대한 행보

입력
2010.07.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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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오페라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이것이 저희에게 남아있는 숙제가 아닌가 합니다.” 지난 16일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내린 결론이다. 5월 16일부터 7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등에서 5개 단체가 5개 작품으로 올린 21회의 공연은 2만 6,000여명의 관객이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그것은 오롯이 우리의 자산일까.

오페라는 덩치 큰 예술이다. 최근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가 간혹 등장하지만 그래도 시장은 ‘카르멘’이나 ‘라 트라비아타’ 등 기시감 높은 낭만주의 시대 오페라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상황에서 오는 12월 난해한 현대 오페라 ‘룰루’를 공연하기로 한 국립오페라단의 결정은 눈에 띈다. 자신이 밝힌 ‘숙제’를 풀기 위해 이 감독이 내딛고 있는 행보의 일부다.

‘내 생애 첫 오페라’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0~18일 토월극장에서 올려진 국립오페라단의 ‘어린이와 마법’은 그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부모들의 손을 잡고 어린이 관객들이 연일 만원 행진을 이어갔다. 성악가와 발레 무용수라는 두 종류의 출연진을 구분하되 모두 주역으로 등장하게 하는 효율적 공간 활용, 하프와 타악기 등 일부 악기를 무대 밖으로 꺼내 전면에 배치하는 등의 전략으로 ‘내 생애 첫 오페라’를 보는 어린이 관객들은 특별한 향연 속으로 쉬 빠져들었다.

현실 공간이 치워지자 바로 뒤에 준비돼 있던 환상 공간이 드러나, 순식간에 전혀 다른 서사 공간으로 이동해 가는 전략은 무대기술의 승리였다. 귀에 낯설 법한 라벨의 인상주의 음악 역시 색다른 즐거움으로 봉사했다. 공연 내내 들리던 속삭임의 소리는 또 다른 음의 재료였다. 낮은 소리로 연신 질문을 던지는 어린이들과 그에 답하는 부모들의 대화로 장내는 또 하나의 색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초대권 폐지 이후 첫 무대가 전회 매진이라는 수확을 거둔 사실에서 국립오페라단은 고무돼 있다. 지난 6월 명동예술극장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올려진 ‘아랑’,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등 기존의 텍스트를 지금 이 곳과의 연관 하에서 끊임없이 재탄생시키려는 작업이 맞닥뜨린 즐거움이다.

“장비를 축약시켜 보다 간략한 버전으로 만든 뒤, 시설이 열악한 지방 공연도 계획 중이에요.” 여러 곳에서 몰려드는 공연 수요를 조정 중이라는 이 감독의 말이다.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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