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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오성민 우리 셋 공통점? 뮤지컬 숨은 주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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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오성민 우리 셋 공통점? 뮤지컬 숨은 주역이죠

입력
2010.07.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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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보면서 한번쯤은 의문을 품는다. 똑 같은 몸짓을 해야 하는 앙상블(군무) 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역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뒷모습만 보이며 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굴까.

좀체 관객들의 눈에 띄기 힘들지만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력파 조역들을 만났다.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댄스캡틴 이지은(38)씨와 뮤지컬 ‘쓰릴미’의 피아노 연주자 성민(24ㆍ연세대 기악과 4)씨. 배우와 스태프 사이에 놓인 이들은 스스로를 “박쥐”라 부른다.

우연한 만남

‘미스사이공’의 관능적인 춤을 책임지는 이지은씨. 데뷔 13년차 배우인 그는 국내 안무가가 없는 이번 작품에서 외국 안무가와 소통하고 춤을 지도하며, 앙상블로 무대에 서기도 하는 이른바 댄스캡틴이다. 지금은 이 분야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지만 그도 한때는 비중 있는 역을 원하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그는 그러나 전형적 인물인 주역을 맡았을 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꿈을 접었다”고 했다. “욕심을 버리고 잘 맞는 역할을 찾다가 2003년 국내에 막 도입된 댄스캡틴을 알았어요. 1년 내내 무대에서 춤추고 싶어 뮤지컬 배우가 됐으니 제격이었죠.”

열 살 때부터 클래식 연주를 해온 성민씨는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부터 ‘쓰릴미’ 반주 를 “알바”로 시작했다. 콩쿠르다 유학이다 해서 정통 코스 밟기에 여념 없는 친구들은 시간낭비라는 반응을 보였다. “독주만 해온 제게 보조 역할은 섭섭한 일이었다”는 그는 “피아노를 잘 보이는 위치에 놓아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나의 재발견

뮤지컬 무대에 서기 전에는 연극 몇 편 본 것이 전부라 어색하기만 했다는 성씨는 이제 “반주가 신세계처럼 흥미롭다”며 “배우의 심리 상태와 연주가 잘 맞으면 황홀한 기분이 드는데, 그건 중독”이라 말할 정도가 됐다. 커튼콜 시간에는 두 미남 주역보다 더 큰 박수를 받고, 공연 후 간식을 챙겨주는 팬도 생겼다. “전면에 나서지 않으니 저는 오케스트라라기보다는 오페라의 지휘자 같은 존재예요. ‘쓰릴미’의 최지호씨 커플은 거칠고 남성적으로, 김재범씨 커플은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도 제 몫이죠.”

이씨는 7년 전 댄스캡틴을 맡은 뒤 무대 밖에서 더 바쁘게 지낸다. ‘캣츠’ ‘미녀와 야수’ 등 굵직한 대극장 작품에도 그의 손길이 갔다. 그는 “무대에 얼굴을 비치지 못할 때가 훨씬 많지만 나를 대체할 인력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직도 댄스캡틴에 대한 인식이 낮아 계약이나 처우에서 차별을 당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죠. 그 덕에 배우와 스태프 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 좋은 ‘박쥐’가 됐으니까요.”(웃음)

또 다른 도약

오랜 시간 내공을 쌓은 이씨의 최종적 목표는 수잔 스트로만(뮤지컬 ‘컨택트’ 연출가이자 안무가)처럼 댄스뮤지컬을 만드는 것. 그는 “유명 안무가와 교류하면서 유학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며 “그들과 만나면서 노트한 것이 쌓여 나만의 바이블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 그는 지난해 ‘바람을 불어라’를 시작으로 올해 ‘화려한 휴가’ ‘생명의 항해’ 등에서 잇달아 안무를 맡으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성씨는 피아노 선율로 공연의 성패를 가르는 데서 존재감을 느낀다. 그는 “연주는 클래식보다 쉽지만 뮤지컬은 공동작업이란 점이 어렵다”면서 “혼자만 잘해도 되는 피아니스트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풍부한 무대경험 덕에 어디서든 떨지 않고 연주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요? 모르죠. 클래식만큼이나 뮤지컬 작곡에 관심이 생겼다는 말로 대신할게요.”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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