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고액권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서울사옥을 매각키로 했다. 5만원권 등장으로 자기앞수표 등 발행수입이 줄어 경영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알토란 같은 보유건물까지 팔게 된 것이다.
20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사업단 등 일부 영업조직이 사용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서울사옥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 매각키로 했다. 현 서울사옥의 매각추정 가격은 100억원대 이상으로, 사옥을 매각하고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면 50억원 이상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조폐공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조폐공사가 지난 2008년5월 매입한 서울사옥을 2년 만에 전격 매각키로 한 것은 5만원권 발행으로 인한 경영수익 악화 때문이다. 전에는 1만원권 5장을 발행하다 이젠 5만원권 1장만 발행하면서 한국은행으로부터 받는 수입이 줄었고, 동시에 은행들도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주문량을 크게 줄였다. 연간 10억장을 발행하던 지폐 발행량은 5만원이 나온 뒤 5억장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올 한해 10만원 수표의 수주 예상량은 지난해에 비해 8.9%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조폐공사는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가 명예ㆍ희망퇴직을 비롯해 부서별 인력, 경비 절감 등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앞으로 1만원권을 대폭 줄이고 5만원 발행을 늘릴 계획이어서 일각에선 조폐공사의 올해 당기순손실이 14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으로 인한 경영난은 단순히 비용절감만으로 타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화, 전자여권의 해외 수출을 추진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