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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막걸리 시장 진출, 이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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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막걸리 시장 진출, 이러다가…

입력
2010.07.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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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막걸리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고용 확대와 수출 증대, 품질 개선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낙관론이 있는 반면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공세로 중소업체들이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막걸리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3,0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지난해에는 4,200억원으로 40% 가량 성장했고, 2012년에는 1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시장과 함께 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여러 대기업이 막걸리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일 “내달 초부터 충북ㆍ전북ㆍ경남 소재 3개 업체 막걸리의 유통대행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며 11월부터는 일본을 비롯한 2개 국가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로하이트는 지난 3월부터 포천 상신주가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진로막걸리’를 공급 받아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고, 롯데주류도 국내 유명 막걸리의 일본 수출 대행을 추진 중이다. 참살이탁주의 지분 60%를 확보한 오리온그룹과 올 들어 정관의 사업목적에 특정주류 도매업을 추가한 농심도 조만간 시장 진출에 나설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대기업의 진출로 기존의 영세한 업체들이 지탱해왔던 막걸리시장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지 여부다. 일단 아직까지 대기업들은 신중모드다. 진로하이트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을 위해 국내시장 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CJ제일제당측도 “중소기업은 생산을 전담하고 우리는 냉장유통과 기술개발에 전념하는 상생모델을 추구할 뿐 제조분야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지난 13일 전국의 22개 중소 막걸리 제조업체 대표들이 결성한 ‘한국 막걸리제조자협회’가 대기업의 시장 진입에 따른 공동 대응을 우선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게 단적인 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어렵게 버티면서 시장을 지켜왔더니 이제 돈이 된다 싶으니 대기업들이 뒤늦게 숟가락을 올려놓으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중소업체들은 오리온그룹이 식품과 무관한 자회사를 통해 우회진출한 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CJ제일제당과 진로하이트ㆍ롯데주류 등에 대해서도 전국적인 유통망을 무기 삼아 조만간 권역별로 국내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냐는 불신이 크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말로는 상생을 얘기하지만 내비게이션이나 스팀청소기, MP3 등 중소기업들이 힘들게 키운 시장에 대기업이 무혈입성했던 사례가 얼마나 많았느냐”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막걸리는 세계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먹거리상품 중 하나”라며 “대기업이 유통과 판매, 수출, 마케팅 등 영세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채워줄 경우 블루오션이 되겠지만 내수시장을 욕심 낸다면 곧바로 레드오션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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