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제국'이 돼버린 미국의 문제점을 기획시리즈로 파헤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두 번째 기사에서 사설업체에 중요한 국가정보업무의 막대한 부분을 기대고 있는 현실을 추적했다.
'국가안보 주식회사(National Security Inc.)'라는 제목의 이번 기사에 따르면 일급비밀을 취급하는 미 요원 85만4,000명 중 30%에 이르는 26만5,000명이 사설회사 소속이다. 미 정보의 요람인 중앙정보국(CIA)은 114개 사설업체와 계약, 1만명의 사설요원을 거느리고 있다.
일급비밀 요원을 공급하는 미 기업은 1,931개. 이중 25%가 넘는 533개가 9ㆍ11 테러 이후 생겨났다. '테러와의 전쟁'바람을 타고 정보수요가 폭발하면서 '안보 장사'는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됐다.
여러 정보장비를 개발한 안보회사 '제너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를 보자. 이 회사는 16개 미 정보기관과 계약을 했고, 직원들은 미 국토안보부(DHS), 미 국가안보국(NSA) 등에 파견돼 있다. 2000년 104억 달러였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319억달러에 이르렀다. 미 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해커가 접근하는 지 감시하는 것만으로 한해 10억달러를 번다. WP는 안보회사들의 전략은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그저 "돈을 쫓아라"라는 것.
사설요원이 하는 일은 '이런 일까지 할 권리가 있나'싶을 정도로 민감하고, 방대하다. 세계 각지에서 적을 죽이고, 외국 정부에 투입돼 스파이 노릇을 하고, 테러조직의 네트워크를 도청한다.
미 정보당국이 이렇게 사기업에 기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방식이 공무원을 늘리는 것보다,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착안에 따라 조지 W 부시 전 정부는 사설요원 계약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
그러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갔다. 정부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들은 공무원이 받을 수 없는 많은 보너스와 대가를 요구했다. BMW 한 대와 1만5,000달러 보너스를 받아내는 식이다. 시행착오를 느낀 미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년만에 사설요원의 비중을 7%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요원하다. 리언 패네타 CIA 국장은 "너무 오래 의존해와서,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 CNN방송은 9ㆍ11이후 '테러와의 전쟁'비용으로 미국이 1조1,500억달러를 썼고,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전쟁 비용이라고 미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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