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된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영예로운 자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엄청난 책임과 부담이 따른다. 국민적 관심사인 A매치 결과에 따라 ‘영웅’과 ‘죄인’의 자리를 오가야 한다. 계약 상의 임기를 보장 받지도 못한다.
‘포스트 허정무호’를 이끌 감독의 부담은 더욱 크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으로 국민들의 기대치는 한껏 올라 있다. 내년 1월 열리는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은 ‘중간 평가’의 성격을 지닌다. 성적에 따라 ‘단명 사령탑’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마평에 오른 이들이 대한축구협회(KFA)의 공식 제안을 받기도 전에 손사래를 친 까닭이다.
그러나 조광래 경남 감독은 ‘두려움 없는 도전’을 선언하며‘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았다.
조 감독은 20일 오전 전화 통화에서 “19일 KFA로부터 차기 사령탑 단일 후보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든 지도자들이 한번쯤은 꿈꿔보는 영광스러운 자리다”라고 말하며 대표팀 감독 직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감독은 “그간 성원해준 경남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무작정 경남을 떠날 수 없다는 뜻을 KFA에 전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경남과 계약이 만료되는 올 연말까지 대표팀과 경남 사령탑을 겸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1일 기술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난 후 KFA 관계자가 창원을 방문해 구단과의 관계를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조 감독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프로에서는 훨씬 안 좋은 상황에서도 팀을 이끌었다. 대표팀에서는 팀 컬러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향후 팀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젊은 피’를 중용한 축구 철학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조 감독은 “과거 프로 팀을 이끌 때 어린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하지 않을 경우 ‘세대 교체’라는 짐을 계속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세계 축구 흐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안양 LG(서울 전신) 감독 시절 도봉중에 재학 중이던 이청용(볼턴)을 스카우트하고 경남에서는 20세 안팎의 신예들을 조련해 좋은 성적을 내는 등 ‘유망주 육성의 귀재’로 명성이 높다.
조 감독은 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신문회관 축구회관에서 열리는 기술위원회에서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추대된다. 계약 조건과 연봉 등 세부 사항은 추후 논의에 따라 결정된다. 조 감독은 내달 11일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부터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 조광래 감독은
●1954년 3월 19일 출생
●경남 진주 출생
●171cm 65kg
●진주 봉래초-진주중-진주고-연세대
●선수 경력 포철(1977~1980)
충의(1980~1982)
대우 로얄즈(1982~1987)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대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표
●지도자 경력
대우 코치(1988~1992)
대우 감독(1993~1994)
수원 코치(1995~1997)
안양 감독(1999~2004)
경남 감독(2008~)
■ 역대 A대표팀 감독(1985년 이후)
2007. 12~2010.6 허정무
2006. 7~2007.8 핌 베어벡
2005. 10~2006. 6 딕 아드보카트
2004. 6~2005. 8 요하네스 본프레레
2003. 2~2004. 4 움베르투 코엘류
2001. 1~2002. 6 거스 히딩크
1998. 10~2000. 11 허정무
1997. 1~1998. 6 차범근
1996. 2~1997. 1 박종환
1995. 10~1995. 10 고재욱
1995. 9~1995. 9 정병탁
1995. 8~1995. 8 허정무
1995. 4~1995.7 박종환
1994. 7~1995. 2 비쇼베츠
1992. 7~1994. 7 김 호
1991. 5~1991. 7 고재욱
1990. 8~1990. 10 박종환
1990. 7~1990. 8 이차만
1988. 10~1990. 7 이회택
1988. 7~1988. 10 김정남
1986. 11~1988. 7 박종환
1985. 3~1986. 11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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