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 대표 70명(40개국 외무장관 포함)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진행된 '아프간 국제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아프간 치안 책임을 2014년까지 아프간 군에 이양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출구전략에 합의했다.
이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2014년까지 안보 권한을 아프간에 점진 이양하고 이를 위해 34개 주(州)별로 치안 상황을 평가하기로 했다. 더불어 대표들은 아프간에 부패방지 시스템과 납세제도 개혁을 요구하기로 했다. 영국 BBC방송은 "아프간은 (안보 이양의)대가로 자국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국제원조 자금 비율(현재 20%)을 50% 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회의 개막연설에서 "2014년까지 아프간 전체지역의 안보 책임이 정부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며"치안 책임 이양과 함께 우리가 중요시 하는 것은 원조 자금을 최대한 많이 아프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르자이에 이어 연설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주둔군의 철군 계획이 진행된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아프간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아프간 평화재건 임무에서 손을 땔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치안권 이양 이후에도 나토군이 모두 떠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의에 앞서 각각 반 총장과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이 탑승한 두 대의 비행기가 무장세력 탈레반이 발사한 로켓 때문에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는 아찔한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카불 외곽의 바그람 미군기지로 향해, 블랙호크 헬기편으로 카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영 일간 가디언은 20일자 인터넷판에서 "미국이 제3자를 통한 탈레반 수뇌부와의 비밀협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며 미국 주도의 모종의 거래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신문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탈레반과 협상을 반대해왔지만 이 같은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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