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에 빠져 신생아 딸을 방치해 굶겨 죽인 아버지가 태어날 아이 덕분에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성낙송)는 캐릭터 양육 게임에 중독돼 생후 3개월 된 미숙아 딸을 굶어 죽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구속기소된 김모(41)씨에게 원심보다 6개월 줄어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2008년 말 인터넷 채팅으로 아내를 만나 지난해 6월 딸을 출산했다. 딸은 출생 당시 몸무게가 2.15kg에 불과했다. 미숙아인 딸은 부모의 보살핌이 절실했지만 김씨 부부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하루 평균 10시간을 PC방에서 보냈다. 이들은 매일 저녁 PC방에 가기 전에 딸에게 한 번 분유를 먹였고, 심지어 상한 분유를 먹이기도 했다. 딸이 울거나 보채면 때리기까지 했다. 결국 딸은 생후 3개월 만에 반지하 단칸방에서 '방치로 인한 기아'로 숨졌다. 이들은 딸이 죽자 달아났다가 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혀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먼저 "김씨의 범행은 게임중독의 해악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엄히 책임을 물어 인간성 황폐화와 생명경시 풍토에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심은 김씨의 아내가 8월 출산 예정인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태어날 아이의 건강한 양육을 위해서는 아버지의 역할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현대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인간적인 김씨 부부의 행위로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 소중한 어린 생명이 기아로 숨졌다"며 김씨에게 징역 2년을, 김씨 부인에 대해서는 둘째를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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