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판 중형차인 쏘나타가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쾌속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올 상반기 도요타 캠리(15만4,000여대), 혼다 어코드(14만7,000여대), 닛산 알티마(11만1,00여대), GM의 시보레 말리부(10만8,000여대)에 이어 쏘나타는 약 9만대(8만9,249대)가 팔렸다. 기존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와 견주어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특히 경쟁 차종들이 예외 없이 60개월 무이자 할부, 대당 3,000~5,000달러 할인과 같은 파격적 혜택을 주고 있는 반면 신차인 쏘나타는 별다른 할인 제공 없이 미국시장을 누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다.
디자인,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쏘나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 글로벌 수준의 품질과 독창적 디자인 때문이다. 먼저, 디자인 부문. 자동차의 외양은 그 업체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 이같은 측면에서 신형 쏘나타는 85년 쏘나타가 첫 탄생한 이후 현대차만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구현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개 자신감이 없는 후발 업체의 경우, 선진 업체의 디자인에 영향을 받은 차를 내놓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위험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발 업체의 차량은 '어디서 본 듯한 외양의 무난한 디자인'이기 쉽상이다. 하지만 이번 쏘나타는 달랐다. 한국의 난초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차만의 유선형(플루이딕 스컬프쳐) 외양으로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
쏘나타의 좌우 옆면에 흐르는 선은 동양화의 난초처럼 날렵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을 준다. 이같은 선은 앞면과 뒷면으로 물 흐르듯 차 전체를 휘감아 생동감을 더한다. 리어 램프의 당초 무늬(전구전체 모양새)는 이같은 동양적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전면부 두 개의 선은 잔잔한 호수가에 흐르는 물결과 같은 입체감을 주고 있다.
유려한 외양이지만 곳곳에 운전자를 배려한 세심한 기능도 더 했다. 아웃사이드 미러는 위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경사 폴딩 방식을 적용, 고급 이미지뿐 아니라 빗물 맺힘이 줄어드는 기능도 한다. 헤드 램프에는 리모컨으로 도어를 열었을 때 15초간 점등해 주는 웰컴 기능이 장착됐다. 프리미엄급 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는 에스코트 기능도 있다. 즉 전조등을 켠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하차 시 불이 30초간 켜져 있다.
최첨단 안전 기술이 녹아 있다
안전을 고려한 설계도 숨어 있다. 쏘나타는 충돌 시 인명상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행자가 차량 앞쪽으로 넘어지도록 설계됐다. 뒤로 넘어 질 경우, 사고자가 차량 밑으로 들어가 치명적 2차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충돌한 보행자의 머리가 차량 전면부에 부딪힐 경우 두개골 파열을 막기 위해 충격을 고르게 분산하는 특수 공법(후드 멀티콘 골조)을 사용했다. 캠리, 어코드 등에서도 볼 수 없는 기술이다.
대장간 담금질을 응용한 신공법
쏘나타 제조에 쓰인 철제 재료는 이른바 핫 스탬핑 공법을 거쳤다. 핫 스탬핑이란 과거 대장간의 담금질을 응용한 것. 철강 소재를 섭씨 930~950도의 고온에서 도장 찍듯이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급냉한 것이다. 이렇게 가공된 소재는 기존 공법에 비해 3~5배 높은 강도와 25%정도 경량화된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사고 시 탑승자의 안전도 향상과 연비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프리미엄급 이라는 찬사를 듣는 이유
올 2월 쏘나타는 미국 시장에 상륙하자 마자 '프리미엄급' 세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양뿐 아니라 성능과 편의 사양이 뛰어 난 탓이다. 실제로 쏘나타는 2.0 쎄타 Ⅱ 엔진을 탑재하고,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165마력이라는 강력한 힘에 중형세단 최초로 2등급 연비를 달성했다(2.0 가솔린 자동변속기 기준). 또 올해 1월 출시한 2.4 GDi 모델은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순수 독자 개발한 직분사 엔진 2.4 세타 GDi 엔진을 탑재했다. 200마력(201마력)이 넘는 힘을 자랑한다.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에는 에쿠스, 제네시스와 같은 대형차에 적용 중인 진폭 감응형 장치(ASD)가 적용됐다. 도로 사정에 따라 차의 상하 움직임을 최소하는 기술이다.
쏘나타 어디까지 달릴까
올 초 쏘나타를 미국시장에 내놓을 때만 하더라도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연 15만대 가량 판매하면 성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내심 2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20만대 이상 판매된 차는 그 사실 자체로 글로벌 중형차로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본격 소매영업에 들어간 쏘나타는 상반기에만 약 9만대가 팔렸다. 이같은 속도라면 충분히 올해 20만대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까지 출시가 예정돼 있어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캠리와 골프가 일본인과 독일인의 한결같은 사랑을 바탕으로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로 성장하는데 30년, 35년이 걸렸다"며 "쏘나타도 이같은 국민적 관심과 업체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성공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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