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실수요자 거래 숨통" vs "부동산 살리려다 더 큰 후폭풍"
22일 발표될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하이라이트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 여부다. 한쪽에선 집값 디플레이션의 공포감까지 조성하며 DTI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위험수위에 있는 가계부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결사 반대한다. 건설업계와 금융업계는 물론 당과 정부,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간에도 저마다 생각이 다른 듯하다. 향후 어떤 결론이 내려지느냐에 따라서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DTI, 시장 기대 충족할 유일한 카드”
얼마 전까지만 해도 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은 확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려달라”는 건설업계의 아우성이 절규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금융규제 외에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DTI 규제 완화 등을 하지 않고서는 마땅히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DTI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TI 규제 →주택자금 조달 난항 →주택 수요 위축 →가격 하락’의 고리를 끊기 위한 근본 처방은, 결국 DTI 규제 완화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DTI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 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긴 지금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최소한 실질적으로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거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식의 규제 완화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도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DTI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시장을 다시 불안케 할 투기 요인은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판단”이라며 “DTI를 완화해도 LTV 규제가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DTI 규제를 완전히 무장해제하지 않는다면, 부작용을 흡수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DTI 규제 완화는 최후의 보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신 있게 DTI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지 못하는 건 지금 부동산시장만큼이나 금융 등 다른 쪽 사정도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으로 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고 정부가 빚을 더 조장하는 정책을 폈다가 나중에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될 수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심지어 건설 분야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조차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가계 부실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데 부동산을 살리겠다고 나라 경제에 위기를 초래해선 곤란하지 않느냐”며 “DTI 등 금융규제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할 정도로 지금 부동산 시장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는 주장도 많다. 거래가 다소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폭락 사태라기 보다는 얌전하게 안착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자칫 금융규제 완화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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