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대잠수함 헬기와 초계기의 전자장비 정비를 맡은 민간업체가 부품 교체 사실을 속이는 등 엉터리 정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5년 동안 42차례 거짓ㆍ부실 정비를 하고 14억여 원을 부당하게 받아 챙겼다. 흔한 자동차 보험수리도 아니고 군용기 정비를 거짓으로 했다니 놀랍지만, 핵심 전투장비를 맡긴 해군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면 더욱 놀랄 일이다. 4월에 잇따라 발생한 대잠 헬기 추락사고와의 관련 여부를 떠나, 해군 관계자의 결탁과 묵인 의혹 등 책임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검찰에 적발된 업체는 2006년부터 해군 군수사령부의 외주 용역을 받아 링스(Lynx) 헬기와 P-3C 초계기의 레이더 정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정 주기마다 교체하게 돼 있는 장비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도 거짓으로 부품과 정비 대금을 받아 챙겼다. 헬기 등 군용 장비의 부품교체 주기가 통상 민간보다 짧게 규정된 것을 이용해 속임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5년간 42차례나 반복된 거짓 정비를 해군 측이 적발하지 못한 점이다. 한두 차례라면 모를까, 해군 장비 전문가들이 거짓 부품 교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상식과 어긋난다. 이 사건은 업체 대표가 월급을 횡령한 데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검찰에 제보해 불거졌다.
군 장비와 무기체계의 정비는 인명 안전 및 전력 유지와 직결된 만큼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민간보다 오히려 허술하고 비리 의혹도 많은 현실이다. 안팎의 감시와 감독이 느슨한 탓이다. 해군 자체 감사ㆍ감찰 기능이 5년간 전혀 쓸모 없었던 게 단적인 증거다.
해군은 천안함 사태 직후 추락ㆍ불시착 사고를 일으킨 링스 헬기 2대는 적발된 업체의 정비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불시착 사고는 전자장비 고도계 고장이 원인이었다. 다른 용역업체의 정비는 제대로 이뤄졌다고 선뜻 믿기 어려운 형편이다. 고질적 무기ㆍ장비 구입 비리와 함께 정비 용역 비리 등도 근본부터 파헤쳐야 한다. 그게 군과 국방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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