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제기로 점화된 정치권 개헌 논의의 불씨가 커지는 조짐이다. 정작 안 대표는 개헌 논의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이지만 여야 지도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취임 일성으로 “개헌은 금년내 하지 않으면 힘들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계에 이르렀고 권력 분산을 위해 개헌해야 한다는 게 개인 소견”이라며 불씨를 당겼다. 안 대표는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선 “개헌을 위한 분위기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당내 여론을 듣고 야당과도 대화하면서 여건이 성숙되면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겠다”고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안 대표의 개헌 논의 제기에 여야 지도부는 갑론을박을 벌이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구조 문제는 다른 정파의 오해를 살 수 있어 개인 의견을 삼가야 한다”면서도 “실패한 권력구조를 논의하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로, 여야가 정말 프리한(자유로운)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은 여야 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여야 동수로 개헌특위를 만들고 공동위원장 제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경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국민들이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폐해를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 이후 개헌이 처음 대두된 것은 국민의 시각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개헌 논의에 대한 의견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가 개헌을 말하려면 이러이러한 개헌안을 내놓은 다음,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과 대화와 타협, 토론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론적이긴 하나 한나라당이 개헌에 관한 당론을 정하고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해 올 경우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 특히 박희태 국회의장이 제헌절 기념사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국회에서 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은 개헌 방향을 정해 놓고 야당을 끌고 가려는 전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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