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19일 진보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학생 체벌 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교장공모제 등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보수 성향의 국내 최대 규모 교원단체 수장이 진보교육감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날 곽 교육감과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갖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한 안 회장은 때마침 전격 발표된 학생 체벌 금지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당연히 체벌은 사라져야 하지만 대화와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없애야 한다”며 “서울 교육정책의 파급력이 전국에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아무런 여론수렴 없이 일거에 체벌을 없애겠다는 것은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안 회장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그는 “외람된 이야기지만 교육 문제를 마치 법관이 판결하는 방식으로 규정해버리는 것은 교육계의 리더로서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학자인 곽 교육감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곽 교육감이 추진중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단위 학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으며, 반드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했다.
교장공모제와 교원평가제 등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입장은 다소 달랐다. 안 회장은 교장공모제를 겨냥,“한 명의 우수한 교장을 위해 10명을 낙담시키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교장공모제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급격한 반영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교육비리 근절책으로 정년 등으로 자리가 빈 학교장에 대해 100% 공모제를 하는 것은 현실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진보 교육감들의 마찰 해소를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두사람은“교육 정책과 관련해 책임있는 파트너들이 공론화된 장에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교과부 당국자, 교육의원, 시도교육청 정책 담당자,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가 모여 주요 현안을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교장공모제는 학교 공모 심사위와 교육청의 1,2차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해 교과부에 임용 추천을 하는 방식인데, 최종 후보 선정에 앞서 해당 학교 교사들의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선호도 조사가 교사들이 성향에 맞는 후보를 뽑는 인기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고, 교육 현장의 개혁이라는 실질적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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