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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해양 블록버스터 ‘오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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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해양 블록버스터 ‘오션스’

입력
2010.07.1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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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몸매가 인상적인 바다새 케이프 가넷이 하늘을 날다 수직 낙하하며 바다로 몸을 던진다. 거침없이 바다를 향한 부리는 물고기들을 채가기 바쁘다. 수 천 마리의 케이프 가넷이 연달아 화살처럼 바다로 꽂히는 장면은 아프리카 남부 해안의 생태계가 만들어낸 장관이다.

여름방학을 겨냥해 급하게 수입한 그저 그런 영화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션스’는 87분간 장쾌한 스펙터클을 전하는 해양 블록버스터이며 생태계 문제를 새삼 일깨우는 환경영화이기도 하다.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여름 가족영화로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작 기간만 7년. 제작비는 8,000만 달러로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로 알려져 있다. 시간과 돈과 땀으로 빚어낸 영상이라 그런지 가히 장관이라 할 장면이 연달아 스크린을 장식한다. ‘과연 어떻게 찍었을까’라는 의문과 놀람의 연속이다.

특히 해양 생태계의 사실감 넘치는 묘사가 경이롭기도 하고 때론 소스라치게 하기도 한다. 수백만 마리의 게들이 서로 엉키어 거대한 군락을 형성하는 모습, 갯가재와 게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다 ‘뚝’하는 소리와 함께 게의 집게가 부러지는 영상 등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힘을 그대로 전한다.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고래들의 모습은 그 어떤 영상물 못지않게 아름답다. 제 아무리 공을 들인 컴퓨터 그래픽이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장면들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인간과 관련돼 있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어가는 현실은 익히 알고 있다 해도 충격적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북극곰과 바다표범에 대한 묘사는 그나마 약과. 인간이 식용을 위해 지느러미를 자르고 바다에 내던진 상어가 몸부림 끝에 해저 모래 바닥에 처박히는 모습에선 진저리가 쳐진다.

탤런트 정보석과 진지희의 내레이션은 옥에 티다. 초반에 잠시 생동감이 느껴질 뿐 결국 경박하게 다가온다. 이들이 부녀로 출연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후광에 기대려는 마케팅 전략이 눈길을 끌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지닌 진수를 흐려놓는다. 자연 다큐멘터리에 꼭 인기 배우나 코미디언을 동원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는 이제 사절이다.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에선 차분하고 또렷한 내레이션이 더 설득력을 지니기 마련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우정을 나누는 꼬마 살바토레의 성장한 모습을 연기한 자크 페렝이 연출했다. 28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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