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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85엔 육박 고공 행진…"반갑지 만은 않다, 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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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85엔 육박 고공 행진…"반갑지 만은 않다, 엔고"

입력
2010.07.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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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高)의 속도가 무섭다. 지난 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엔ㆍ달러 환율은 곧 ‘1달러=85엔’대를 바라보는 상황. 일각에선 80엔대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외신들은 조만간 일본 당국이 6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적인 외환시장개입을 단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엔고는 통상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에게는 직접적 호재. 하지만 이번 엔고는 미국 경기둔화에 따른 세계수요의 부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일본경제에 또 하나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덮어놓고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정부 개입나설까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86.66엔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87.07엔)보다 더 떨어진 것. 지난 주말 미국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나자, 달러화는 더 약세가 됐고 이는 엔화강세로 이어졌다. 지난 주말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장중 86.26엔까지 추락했다.

엔화가치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자 일본 주식시장은 상반기 좋은 실적에도 불구,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지난 주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엔고와 관련 “증시 및 환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구두개입을 했으나, 시장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이에 따라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일본정부가 2004년 4월 이래 처음으로 금주 중 외환시장 직접 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BNY멜론자산운용의 시몬 데릭 전략가는 “일본 정부가 더 이상의 엔화 상승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엔화 환율이 85엔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일본 정부가 실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치이자 14년만에 최저 수준인 84엔이 깨진다면, 투기세력의 핫머니 유입 등으로 걷잡을 수 없는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엔화환율의 역대 최저치는 1995년의 79.70엔이다.

엔고의 역설

아이러니는 일본 경제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엔고가 진행된다는 점. 실제로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227.3%로 선진국 중 최악이고 그리스(130%)보다도 높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취약한데, 일본 엔화는 고공 행진 중이다. 유럽은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미국은 ‘더블딥’ 우려에 휩싸이다 보니, 달러화와 유로화 대신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세계 투자자금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 전세계에 투자 된 3조원에 가까운 일본 자산 중 일부가 차익 실현을 하므로 엔화 수요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청산돼 일본으로 회귀함에 따라 엔화 수요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좋을 것 없는 엔고

전문가들은 이번 엔고가 한국경제에 별로 호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엄밀히 말해 엔화강세 라기 보다는 달러화와 유로화의 약세이고, 이는 세계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미국과 유럽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이고 이는 세계 수요가 악화할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면서 “당장 국내 수출기업에 호재인 것은 맞지만 세계 수요가 위축된다면 무작정 만세를 부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엔화가치의 향방도 결국은 해외 경기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미영 팀장은 “그 어느 때보다 일본 당국의 환시 개입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엔화가치가 다시 하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해외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해소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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