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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멕시코만 최후 해결사는 '기름먹는 바다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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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멕시코만 최후 해결사는 '기름먹는 바다 미생물'

입력
2010.07.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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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0일(현지시간)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가 세 달을 넘겼다. 지난 15일 사건발생 85일 만에 원유 유출이 일단 차단되면서 이제 초점은 피해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생태계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 복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등 세계의 눈은 향후 복구방향에 쏠리고 있다.

피해집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개월간 진행된 원유유출로 약 2,200마리의 새와, 500마리의 바다거북이 죽었다. 미국 남동부의 장장 950km에 이르는 해안이 오염됐다. 습지 침식을 막아주는 해변식물인 '스파르니타'군락이 죽으면서, 침식 가속화도 우려된다.

기름은 생태계 먹이사슬에도 침입했다. 서던미시시피 대학의 연구자들은 루이지애나와 플로리다 일대 어린 게 속에서 기름방울을 발견했다. 이 작은 게들은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자연히 포식자인 물고기도 기름을 먹게 된다.

현지 어민들은 생계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만의 미 연방해역 35%와 루이지애나 주의 어업지역 55% 등이 폐쇄됐다.

무리한 기름제거작업은 역효과

기름으로 뒤범벅된 해안을 바라보면 누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잉작업이 생태계 회복을 지연시킨 적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89년 알래스카 연안의 엑손발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 엑손은 고압(高壓) 장비와 뜨거운 물을 분사하는 장비를 동원해 대대적 제거작업을 벌였었다. 그럴 듯하게 보였던 이 작업은 또 다른 재앙이 됐다. 해안생태계를 파괴, 대합조개 등의 떼죽음을 불렀고 오히려 제거작업을 하지 않은 다른 해안보다 생태계 복구가 늦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제거작업은 그 지역 생태계에 대한 깊은 과학적 이해가 기반이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멕시코만 사태에서도 기름 접근을 막기 위해 해안에 모랫둑과 바위장벽을 만드는 것이 검토됐으나, 바위장벽이 해류를 변경해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익스톡 사건 때 기적 다시 재현될까

멕시코만 생태계 회복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행히 비관적이지 않다. 미 조지아대 해양학자 서맨서 조이는 "멕시코만이 '검은 바다'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NYT도 "몇 년 후면 정상적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9년 멕시코만에서 익스톡(Ixtoc) 유정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보였지만, 바다는 기름을 먹어 치우는 미생물을 대량 생산하며 탁월한 치유능력을 보였다고 NYT는 지적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그때 기름유출량은 이번 멕시코만 사건 때 보다 컸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번 유출은 해저 1.5km에서 발생해, 미생물이 번식할 산소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정부는 원유기둥이 있는 바닷속 산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위험할 정도로 낮지는 않았다'고 결론 냈는데, 민간전문가들은 '너무 낮다'고 평가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차단돔' 다시 열라고?

멕시코만 사태 발생 세달 만에 처음으로 유출 차단에 성공한 차단덮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놓고 미 정부와 BP가 갈등을 빚고 있다. 미 정부는 새로운 유출 징후가 감지된 만큼 차단돔을 열어 새 유출부위를 찾아내라고 BP에 지시했지만 BP는 반대하고 있다.

미 정부 측 총책임자 테드 앨런은 18일 과학자들이 새 누출을 감지했다며, 즉시 이를 확인하고 유정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빨리 차단덮개 밸브를 열어 유출 부위를 확인하고 추가유출 확대를 막으라는 서한을 BP에 보냈다. AP 통신은 차단덮게 주변에서 탐지된 메탄가스가 원유가 새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차단덮개 설치 이후 유정 내부 압력이 기대보다 낮은 점을 들어 새로운 유출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미 측은 19일 하루 말미를 더 주었지만, 차단덮개를 여는 데 회의적인 입장인 BP는 즉각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미묘한 시각차가 있다며 양측의 신경전을 보도하고 있다.

BP는 4월 20일 사고 이후 유출부위에 진흙을 부어 막는 '톱킬', 콘크리트 등 고체 폐기물을 쏟아 붓는 '정크샷', 깔때기 모양의 뚜껑 설치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5일에야 차단덮개 설치에 일단 성공, '사고 발생 85일 16시간 25분 만에'한숨을 돌렸다. 가까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BP로서는 다시 차단덮개를 여는 게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BP의 방제작업 책임을 맡고 있는 밥 더들리 관리담당 이사는 "두개의 감압유정이 모두 완성되는 다음달까지 차단덮개 개봉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해저에 매장된 기름으로 연결된 시추용 파이프에 새 파이프를 끼워 넣어 유정의 압력을 낮추는 감압유정은 목표지점에 정확히 파이프를 연결하는 게 어렵지만 성공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사태의 최종 해결책으로 기대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 이젠 피해보상 소송戰

멕시코만 해저의 원유 유출이 통제되기 시작하면서 이제 영국계 석유회사 BP와 원유유출 피해자 간의 법정 다툼이 새로운 국면으로 떠올라 뜨거운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거액의 보상금 지급이 예상되는 멕시코만 줄소송은 29일 아이다호주 보이시에서 열리는 7인 순회 재판부의 사전 심리로 첫 단추를 꿰게 된다. 여러 주에서 BP를 상대로 제기된 수 많은 소송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다.

피고와 원고는 소송이 진행될 지역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판부는 특정 주를 선택해 BP 소송들을 진행하도록 결정하는데, 원고인 유출 피해자 대부분은 관할 재판부가 핵심 피해지역인 루이지애나주로 정해지기를 희망한다.

반면 BP는 텍사스주를 선호한다. 원유유출 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평균적 반감이 주 별로 온도차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심원들의 판단이 중요한 탓에 양 측의 힘겨루기는 더욱 날이 서있다.

일부 원고들을 대리하는 팀 하워드는 FT에 "원고 입장에선 가장 피해가 컸던 루이지애나주에서 재판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텍사스주 휴스턴은 석유산업 의존도가 커 배심원이나 지역 여론 등이 업체에 더 동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지명하는 소송을 맡을 판사의 성향도 양 측의 주요 관심사다.

한편 BP는 영국과 미국의 유력 법률회사(로펌) 7개사를 주축으로 '올스타팀'을 구성해 향후 수년 간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이번 대규모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미국의 설리번&크롬웰, 커크랜드&엘리스, 영국의 프레시필드, 허버트스미스 등 대형 로펌 7곳 외에도 많은 지역 로펌이 지원군 역할을 맡는다.

한 변호사는 "지금껏 어떤 소송보다 큰 소송이 될 것"이라며 BP 측 로펌 인력들로 "로펌 하나를 새로 세울 정도"라고 말해 '돈으로 유리한 판결을 사려는'대대적 소송전을 예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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