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조용하던 농촌 마을회관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회관 앞 논에서 잡초를 먹던 우렁이들도 무슨 일인지 궁금한가 고개를 쭉 뺀다. “논에 피 뽑으러 갈 사람들은 트럭을 타고, 세 사람은 경운기 타고 고추밭으로, 다섯 명은 옥수수 따러 가고…….” 몸빼 바지와 밀짚모자로 무장을 한 학생들이 주민들과 작업조를 나누고 있다. 대학생 농활대의 숙소 겸 본부인 마을회관의 아침 풍경이다.
“재들 안 왔으면 농사 망쳤어. 우리 농촌에 희망의 박씨를 물어다 주는 제비지.”학생들에게 줄 점심을 준비하던 충북 음성 덕정2리 안상원이장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일당 5만원을 줘도 밭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데 저 젊은이들이 가뭄에 단비지.”항상 일손이 없어 허덕이며 옥수수 밭을 일궈온 괴산의 안광훈(74)씨는 학생들을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지난주 무더운 한여름 땡볕 아래 농촌 구석구석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농촌 봉사활동이 있었다. 충북 음성의 3개 면에서 활동한 10개 대학 43명이 참가한 ‘전국약대생연합회 농활대’와 괴산 감불면 계담마을에서 활동한 성균관대 공대 봉사동아리‘사람사랑 농활대’가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회비를 걷어 농활비를 마련 하였다.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 되고 농업을 지켜야 하는 의미를 몸소 느끼는 것이 목표죠. 거기에 농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도 우리의 할 일 입니다.” “농활은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것이며 사람과 자연을 체험하는 살아 있는 학교죠.” 전국약대생연합회 김우리(숙대 약대4)대장과 사람사랑 농활대 이동승(성대 신소재학과 4)학생은 농활의 목표와 의미를 이렇게 정의한다.
길었던 여름 해가 졌다. 땀으로 범벅이 된 학생들이 간이 샤워장으로 가 시원하게 물을 맞으며 노동의 피로를 씻어낸다. 맹꽁이가 우는 늦은 밤이 되자 마을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든다. 진료와 꽃단장 봉사 시간이다.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어르신들의 거친 얼굴에 팩도 해드리고 머리염색, 손 마사지 도 한다. “기분이 엄청 좋지. 자식들도 안 해 주는데 기특하고 대견해. 기운 있으면 다 업어주고 싶어.” 발마사지를 받던 박봉남(79)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마을로 퍼진다. 저무는 밤 숙소에 놓인 한 학생의 농활 후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받아줘서 고맙고 와주어서 고마운 사람들이 엮는,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땀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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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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