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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시식코너의 매뉴얼/ "남편분도 드셔봐요" 권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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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시식코너의 매뉴얼/ "남편분도 드셔봐요" 권하는 이유는?

입력
2010.07.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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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분도 드셔 보세요. 양념이 너무 달지 않은 불고기라 입맛에 맞으실 거예요."

주부 A씨는 남편과 함께 대형마트에 갈 때면 늘 불안하다. 시식 행사 중인 제품의 진열대를 지날 때마다 남편의 성화에 필요 없는 물건을 자꾸 사게 되는 까닭이다.

이는 사실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할인점 시식행사 담당 직원에게는 '남편을 공략하라'는 원칙이 불문율처럼 전해진다. 노세은 홈플러스 영등포점 식품섹션장은 "대부분의 주부가 남편이 맛있다고 하면 제품을 구매하는데다 남자 고객은 시식코너를 이용하면 미안한 마음에 구입하는 경향이 있어, 가족 단위 쇼핑 고객을 발견하면 남편에게 먼저 권하는 게 시식코너 운영의 노하우"라고 말한다.

대형마트의 시식코너가 다양한 고객 공략 포인트를 앞세워 샘플마케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신선식품의 크기와 두께를 결정하는 데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말 기준으로 각 대형마트 점포에서 운영되는 시식코너는 갓 구운 빵과 삼겹살, 냉동만두, 자장면, 우유 등 30~40개에 이른다.

이 중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삼겹살 시식에는 '2ㆍ2ㆍ2'법칙이 적용된다. 고기의 크기를 가로 2cm, 세로 2cm, 두께 2cm 정도로 잘라 맛보기용으로 내놓는 것. 너무 작게 자르면 시식대를 운영하는 자체가 고객 불만사항이 될 수 있고, 너무 크면 먹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돈육 외에 시식용 딸기와 소시지 등도 가로 2cm, 세로 2cm로 자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 수박은 식감을 고려해 가로 3㎝, 세로 3㎝로 자른다.

롯데마트는 현장에서 조리하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후추나 소금을 작은 병 대신 고급 레스토랑에서 쓰는 페퍼 그라인더(통후추를 가는 기구)를 이용해 가미한다.

회는 시각적 효과보다 육질의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회의 두께는 반드시 5~7mm에 맞춘다.

계절에 따른 변화도 있다. 축산물은 야외 활동이 많은 봄ㆍ여름ㆍ가을 시즌에는 주로 등심, 삼겹살 등 구이용 부위를 선보이지만 겨울에는 불고기용 부위나 보신용 사골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여름을 맞아 부쩍 늘어난 냉면 시식코너는 겨울이 되면 주로 자장면 시식대로 바뀐다.

'1품 1사' 원칙도 필수다. 경쟁이 심해지면 타사의 시식코너를 비방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이를 막기 하기 위해 동일 품목 내 여러 브랜드의 동시 시식은 되도록 삼간다. 시식대끼리 서로 마주보게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금물이다. 각 시식대의 간격은 최소 5m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대형마트가 이처럼 세심한 원칙을 정해 두고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이유는 행사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매출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이달 초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일본식 양념구이 불고기 상품을 선보이면서 시식 행사의 물량을 평소의 2배로 늘렸다. 그 결과 첫 판매인데도 예상보다 매출이 2.5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시식코너 상품 하루 매출은 시식 행사 비용을 상쇄하고도 평균 매출에 비해 2~3배 가량 늘어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시식마케팅은 현장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진행하는 프모로션으로서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장기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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