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8일 박근혜 전 대표의 향후 역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자주 만나면서 기탄 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 잇따라 만난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앞으로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당과 청와대 관계는 당이 우위에 서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과 청와대 등이 일신하는 마당에 정운찬 총리가 그대로 있는 것은 분위기에 맞지 않다"면서 "정무적 감각이 풍부한 정치인 총리를 지명하고 정치인을 3명 가량 (새롭게) 입각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7일 조찬 회동 때 정치인 입각을 건의했는데 대통령은 별로 탐탁지…"라며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대통령실장을 통해 두세 차례 더 얘기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비선조직의 인사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여권 내부 권력투쟁 논란에 대해서는 "모든 권력은 투명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철저하고 단호하게 권력의 사유화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조찬 회동 때 '친인척 비리가 없는 대통령으로 청와대를 떠나고 싶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여권 일부에서 보수대연합론이 나오고 있는데.
"보수대연합 주장에는 반대한다. 중도ㆍ보수 대통합이 바람직하다. 합리적 중도와 보수 세력들이 대통합을 이뤄내 정권재창출을 통해 대한민국을 선진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등 두 당만이 통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여러 정당과 시민사회세력, 개인 등이 중도ㆍ보수 대통합의 일환으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유선진당과 먼저 합치게 되면 지나치게 보수화될 우려가 있다. 중도 성향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을 우선하겠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고 있는데.
"16일 오후 4시쯤 한 시간 동안 박 전 대표를 뵙고 생수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박근혜 총리론과 이 대통령과의 화해 얘기를 했다. 박 전 대표는 '총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초대한다면 응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만나자고 했을 때 한 번도 거부 한 적이 없다'면서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17일 아침에 1시간 30분 동안 이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박 전 대표의 뜻을 그대로 전했다. 이 대통령도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고 이른 시일 내에 박 전 대표를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해 기탄 없이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장도 모르게 비공개로 전광석화와 같이 회동을 주선했다."
-회동은 언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예전에도 만났다가 제대로 준비가 안 돼서 뒤끝이 안 좋았다. 만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일이 발생하면 곤란하지 않느냐고 두 분이 걱정을 했다. 그래서 내가 충분히 조율해서 만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7ㆍ28 재보선 전후가 될 것이다."
-안상수 대표 체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심을 잡고 당을 쇄신하면서 정권을 재창출하고, 서민 경제를 살리고, 선진국가로 만들어 달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앞으로 (당내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며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것이다. 한 몸을 던지겠다."
-당내 계파 갈등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인사 탕평책을 쓸 것이다. 친이계와 친박계를 적절히 배치할 것이다.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친이계와 친박계 인사를 한 명씩 임명하겠다. 공천제도개선특위를 통해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면 계파 갈등은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홍준표 최고위원이 '비주류'를 선언했는데.
"본래 경선 직후에는 앙금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마찰처럼 보이지만 금방 해소되리라고 본다. 홍 최고위원하고도 2, 3일 내에 만나서 서로 협조하면서 잘 하자고 얘기할 생각이다. 모든 문제에 대해 최고위원들과 의논하면서 당을 운영할 것이다."
-안 대표는 원내대표를 거치는 동안 너무 강성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그렇지 않다. 강성은 아니다. 철저하게 원칙을 지켰을 뿐이다. 최근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만나서도 포용과 상생의 정치를 하자고 했다. "
-경선 과정에서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됐는데.
"병역을 마치지 못한 잘못은 있지만 고의적 면탈이 아니다. 법무관으로 입대했지만 개인적 지병으로 훈련을 마치지 못한 것이다. 형님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고 아들은 현역으로 제대했다. 나는 박정희정권 시절 2개월 가량 충분한 검증을 받고 병역에 하자가 없어서 검사 발령을 받았다."
-천안함 침몰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남과 북이 대화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도적 차원의 교류와 지원을 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원인을 꼽는다면.
"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좋았을 것이다. 대통령에게도 청년 일자리 만들기 등 서민경제 살리기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고 대통령도 후반기 국정운영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씀하셨다."
-7ㆍ28 재보선을 치르기 위한 전략은.
"과거처럼 당대 당으로 마치 중앙 선거를 지방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치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역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고 필요한 경우는 지원 유세를 하겠다. 어느 인물이 지역을 대표할 훌륭한 인물인지 판단해서 뽑아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1,2석이라도 얻게 해서 힘을 보태주면 자신감을 얻고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야권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데.
"4대강 사업은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 그리고 홍수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하므로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 종교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정치인 총리를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염두에 둔 인사는 누구인가.
"나는 인사권을 제약하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 원칙으로만 정치인 총리 지명과 정치인 입각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지 특별히 어떤 분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안 대표의 봉은사 외압설'이 제기되는 등 불교계와의 갈등도 있었다.
"나는 당 종교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 현안 해결을 위해 역할을 많이 해서 불교계와 사이가 좋았는데 명진 스님 일로 그렇게 됐다. 이미 유감의 뜻을 표명했고 명진 스님도 받아들여서 화해가 됐다. 사실 그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는 얘기를 했고, 사과로 받아준 것이다. 재보선 및 당직 개편을 끝낸 뒤 여름 휴가도 사찰에서 보낼 것이다."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안 대표의 이름이 많이 알려졌는데.
"1987년 박종철이라는 서울대 학생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고문에 의해서 죽은 사건이다. 당시 내가 박종철군 사건의 검사를 맡아 물고문으로 죽은 것이라는 것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당시가 5공화국 말기인데 죽음을 무릅쓰고 밝힌 뒤 나는 검사직 사표를 냈다. 결국 이 사건은 6월 항쟁과 6ㆍ29 선언으로 이어졌다. 군사정권을 붕괴시키고 민주화를 가져온 역사적 사건이다. 나도 민주주의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를 마친 뒤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가. 다른 정치적 꿈이 있다면.
"사심이 없다. 대권 욕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정권을 재창출해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 최대의 정치 목표이다."
■ 약력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1968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75년 사법고시(17회) 합격
▦1978 ~ 1987년 전주∙대구∙마산 ∙서울지검 검사
▦1987년 서울지검 재직시 고(故)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 밝힌 뒤 검사직 사임
▦1993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입법위원,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1994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1995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대변인)
▦1996년 15대 국회의원 (현재 4선 의원)
▦1998년 한나라당 대변인, 대표특보단장
▦2000년 한나라당 인권위원장
▦2002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2004년 국회 미래전략특별위원장
▦200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2007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9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10년 한나라당 대표
정리=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안상수 체제의 '입'은
한나라당 안상수 신임 대표 체제에서 당의 ‘입’인 대변인을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대표는 7ㆍ28 재보선 이후 당직 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안 대표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대변인은 남성과 여성 1명씩 2명이 맡도록 할 생각”이라며 현행 남녀 공동 대변인 체제를 유지할 방침임을 밝혔다.
남성 대변인에는 조해진(46) 대변인의 유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 대변인이 향후 개각에서 입각하게 된다면 새로운 사람을 물색해야 한다.
여성 대변인에는 비례대표 초선인 이두아(39) 배은희(51) 의원 등이 많이 거론된다. 나경원 최고위원 등은 변호사 출신의 이 의원을 적극 천거하고 있다. 이번 대표 경선에서 안 대표를 지지한 배 의원도 기용될 가능성이 있어 두 사람 중 누가 될지 주목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