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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바둑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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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바둑의 효과

입력
2010.07.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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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세로 각 19개의 선이 만들어 내는 361개의 점. 바둑은 그 위에서 진행되는 치열한 머리 싸움이다. 세력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지 내다보는 능력, 한 치의 빈 틈도 없이 정확한 계산, 전광석화처럼 빠른 결단, 그리고 은근히 상대의 마음을 떠보는 속임수 등이 서로 부딪치며 승부를 가른다. 한 판의 바둑은 흔히 한번의 인생에 비유된다. 바둑돌이 반상에 올려지는 순간, 마치 한 사람의 인생사 같은 흥망성쇠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의 요순(堯舜) 임금이 아들들에게 바둑을 가르친 것은 바둑을 통해 삶의 이치를 깨우치려 함이었을 것이다.

■모든 바둑 대국은 승부를 가린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승부에 이르는 과정은 천차만별이요 각인각색이다. 그 오묘함에 조훈현(57) 9단은 “아직도 19로(路)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기성(棋聖)으로 추앙받는 우칭위안(吳淸源·96) 9단은 바둑을‘조화’로 풀어낸다. “바둑은 조화다. 흑과 백의 조화, 세력과 실리의 조화, 투쟁과 타협의 조화, 상대와 나의 조화, 그리고 나와 내 마음의 조화다.”절체절명의 공방을 거듭하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양보와 희생으로 타협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둑의 진정한 묘미라고 본 것이다.

■바둑은 11월 개최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부동심(不動心)의 경지에 오른 이창호 9단을 스포츠 스타로 분류하는 것은 무척 어색한 일이다. 삶의 지혜로 삼을 만한 위기십결(圍棋十訣)의 기훈은 또 어찌할 것인가. 과연 바둑은 무엇일까.‘천문을 연구하기 위한 도구’라거나 ‘주역의 우주관을 놀이로 구체화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바둑인들은 여전히 이 근원적 물음에 각자의 답을 찾기 위해 반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승부의 세계로 침잠해 간다. 그런 몰입과 무아(無我)의 상태가 곧 바둑 아닐런지.

■최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프로기사의 뇌를 촬영한 결과, 집중력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우뇌 전두엽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발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두뇌 발달과 성적 향상을 염두에 두고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그러나 아쉽게도 프로기사들의 지능지수(IQ)는 일반 평균치(100) 수준이었다. 바둑은 바둑과 관련된 두뇌 회로의 발달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이야기다.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연구결과에 혹해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치더라도 바둑을 즐기는 법부터 알게 할 일이다. 공부나 성적, 이런 건 잊어 버린 채 말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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