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지난 주 사회면에 연재한 시리즈는 초등학교 교실까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난무하는 학교 폭력, 교권 붕괴 내지 포기, 일상화한 가출 등 지면에 소개된 사례 하나하나가 충격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모두 일찍부터 알고 있거나 느낀 문제들이다. 다만 외면하고 방치한 사이에 급속히 괴물처럼 커져 버린 것이다.
넓게 보면 도덕률의 붕괴, 가치관의 혼란, 기성권위 불신, 성적위주 교육 등 우리사회의 부정적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다. 실제로 최근 동영상으로 공개된 초등교사의 무분별한 폭력사건은 학생 문제가 교단의 폭력, 무관심, 책임 회피 등과 명백한 상관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를 거시적으로만 보면 구체적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렵다. 사회 전체의 변화, 개선을 기다리기엔 너무나 심각하고 다급하다.
결국 학교가 먼저 나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폭력이나 범죄에 연루된 학생 대부분이 자신의 행위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평소 학교와 가정에서 인성교육과 교정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내 해결하려 노력하기 보다, 무조건 밖에 말이 나지 않도록 감추고 덮는 학교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개선과
해결 노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발생 자체를 백안시하는 교육당국의 인식부터 바꾸지 않으면 답이 없다.
구체적으로 인성교육을 위한 학교ㆍ학부모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교칙 제정과 위반 시 제재 수준 및 방식 등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해 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학교 밖으로는 교사들의 훈육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청소년 심리ㆍ교육 전문가와 전문의 등으로 상설자문기구를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회 모두가 교실의 심각한 상태를 올바로 인식하고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 회피나 방기는 사태를 감당할 수 없이 키운다는 교훈을 교육부패 문제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