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유형수(43)씨가 등단 6년 만에 첫 단편소설집 (문학들 발행)를 냈다. 완성도 높은 7편의 수록작은 이 늦깎이 작가의 진중한 창작 태도를 엿보게 한다.
연료 대신 중력을 활용한 우주선 비행 방식을 뜻하는 제목의 표제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다. 오랜 실직 생활 끝에 산재가 빈발하는 공장의 관리직으로 취직한 주인공은 자신이 알파-켄타우로스별에서 왔다고 말하는 젊은 여성 공원과 연애를 한다. 그녀는 공장에서 손목을 잃은 데 이어 주인공에게 빌린 차로 교통사고를 내고 실종된다. 남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녀가 보험금을 노리고 벌인 자작극이라고 수군대지만, 주인공은 “고향별로 돌아가겠다”던 그녀의 말을 믿는다. 현실 고발과 낭만적 연애담이 상승작용을 이루는 수작이다.
퇴락한 지방 태권도장을 무대로 한 단편 ‘청도관’은 장르소설의 재미와 묵직한 사회적 맥락을 함께 갖추고 있다. 한때 지역을 주름잡던 주먹이었다가 이젠 몸도 성치 않은 촌로가 된 청도관 관장, 안 풀리는 서울 생활을 접고 귀향해 청도관 사범을 맡은 그의 조카,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희생당한 형의 원수를 갚겠다고 나섰다가 전과자가 된 태권도 유단자 재엽 등이 도장에 모여 부대끼면서 삶의 의욕을 회복한다는 이야기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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