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복합문화단지 사우스뱅크센터 내에 있는 유명 미술관인 헤이워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뉴 데코’전은 소파와 침대, 테이블, 조명 등 우리 주위의 일상적 사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형광등이 소파를 관통하고 있고, 침대는 워터파크의 미끄럼틀처럼 꼬여있으며, 테이블은 공중에 뜬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숫자 대신 공포, 두려움, 죄의식 등의 단어들을 가리키고 있다. 익숙한 사물들이 낯설게 다가온다.
헤이워드갤러리 관장 랄프 루고프가 기획하고, 세계 22개 국의 작가 36명이 참여한 이 전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현대 문화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작가들은 사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주위 환경에 각자의 경험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인테리어 디자인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담은 기이하고 새로운 존재로 변모시켰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섬세하고 불안한 인간의 내면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시에는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여성 설치작가인 이불, 양혜규씨도 이름을 올렸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였던 양씨는 최근 뉴욕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고,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의 특별전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초청되는 등 성가를 높이고 있다. 그가 출품한 ‘생 브누아가 5번지’는 프랑스 소설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집을 소재로 한 작품.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들의 규격을 따서 제작된 8점의 철제 조각은 표면을 덮은 색색의 블라인드를 통해 백열등 불빛을 발산한다.
이불씨는 크리스털과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만든 은빛의 화려한 샹들리에를 전시장 천장에 높다랗게 걸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실현될 수 없는 환상적 건물을 꿈꾼 독일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의 스케치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유토피아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보여준다.
전시는 9월 5일까지 이곳에서 열린 뒤 10월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어진다.
런던=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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