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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두뇌 리서치센터 '여풍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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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두뇌 리서치센터 '여풍당당'

입력
2010.07.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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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증권가에는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리딩투자증권의 윤서진 이사가 국내 첫 여성 리서치센터장에 선임된 것. 비록 애널리스트 수가 10명에 불과한 후발 증권사이긴 하지만, 여성 리서치센터장의 등장은 분명 ‘유리천장’을 깨는 기념비적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우먼파워

애널리스트는 경제흐름이나 개별 종목을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견해와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들. 애널리스트들이 모인 리서치센터는 그래서 증권사의 두뇌로 불린다. 리서치센터장(리서치헤드)은 당연히 두뇌중의 두뇌인 셈.

사실 여성들의 애널리스트 진출이 활발해진 건 최근 5~6년 사이의 일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증권사 여성 애널리스트는 392명으로 전체 애널리스트(1,540명) 4명 중 1명 꼴이다. 2005년 170명에 불과했으나 5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 하나대투, 한국투자 등 몇몇 증권사의 경우 여성 애널리스트 비중이 40%에 육박할 정도이다. 하지만 여성 애널리스트 10명 중 7명은 엄밀히 말하면 정식 애널리스트로 데뷔하지 못한, 입사 5년차 미만의 리서치어시스턴트(RA)들이다.

비록 애널리스트 세계에서 여성 인력 진출의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메이저 무대’로 치고 올라가는 속도는 무섭다. 몇 년 전만 해도 여성 애널리스트의 주력 분야는 섬유 화장품 유통 음식료 등 주로 여성의 삶과 밀접한 소비재 업종에 한정돼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분석, 화학ㆍ정유, 반도체, 중공업 등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포진해있던 ‘금녀(禁女)의 섹터’에서도 점차 두각을 내고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1세대 여성 애널리스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토러스투자증권 이원선 투자분석부 이사와 대우증권 고유선 경제금융팀장은 각각 계량분석과 거시경제분석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각각 1994년과 95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남성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원선 이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업을 방문하면 ‘여자 애널리스트냐’며 신기해했지만 이제는 계량분석 쪽에서 일하는 여성 RA들이 꽤 많아졌다”고 말했다.

업종, 특히 과거 남성 애널리스트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던 첨단ㆍ장치산업 분야에서도 여성의 파워는 입증되고 있다. 현대증권 진성혜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에선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첫 시니어급 여성 애널리스트. 진 연구원은 특히 올해 1분기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실제 발표치와 0.09% 차이로 전망, 업계에서‘족집게’로 불린다. 2005년부터 하이닉스에서 3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여의도에 입성했다.

화학ㆍ정유섹터에서 최근 애널리스트 평가 선두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신한금융투자 임지수 연구위원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화학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에서 13년간 연구원 생활을 한 뒤 2007년 애널리스트로 전향했다. 전공을 살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각으로 기업 분석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1호 리서치센터장이 된 윤서진 이사는 특이하게도 2001년 증권업계에 입문한 이래 지금까지 해외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경우. 정통 애널리스트 출신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시각에서 기업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발탁 배경이라고 리딩투자증권 측은 밝혔다. 윤 센터장은 “증권사 리서치는 기업이나 산업을 분석할 때 실적 수치뿐만 아니라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및 경영, 사내문화, 사회 트렌드까지 다차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여성 최초란 점은 중요치 않으며 리서치 분야에서 신뢰를 쌓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처는 결국 실력

사실 탁월한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에 성별이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애널리스트는 냉정하게 분석하고 정확하게 전망만 하면 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경쟁이 가능한 분야라는 것이다. 윤서진 센터장은 “오히려 여성 특유의 섬세한 분석 능력과 유연한 시각이 애널리스트로서는 강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제약 담당 김미현 연구원은 “대기업에는 남성중심적인 서열이나 승진문화가 남아있지만 애널리스트는 분석 능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이원선 이사 역시 “보수적인 타 금융권에 비해 증권업계는 상당히 개방적이라 남녀차별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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