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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휴가철에 더 부러운 조선시대 '사가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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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휴가철에 더 부러운 조선시대 '사가독서'

입력
2010.07.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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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책과 세상’ 첫 페이지의 주인공은 여행서다. 휴가철을 맞아 모처럼 여행을 떠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휴가는 편안하게 책과 사귈 짬이기도 하다. 여행길 흔들리는 차 안에서, 또는 방 안에 드러누워서 펼치는 책은 마음을 멀리 실어다 주는 날개가 된다. 그곳은 안 가본 낯선 곳일 수도 있고, 마음의 저 아래 고요한 우물일 수도 있다.

일에 치여 책 읽기가 어렵다는 직장인들에게 조선시대의 사가독서(賜暇讀書)는 부러운 제도다. 세종대왕이 만든 이 제도는 공직에 있는 선비들에게 휴가를 주어 책을 읽게 한 제도다. 짧게는 몇 달, 길면 3년까지 집이나 고요한 산사에서 마음 편히 책 읽을 시간을 주었다. 왕은 독서에 필요한 비용 외에 음식과 의복까지 내려줬고, 빈 사찰을 수리해 독서 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 옥수동의 독서당 고개는 독서당이 있던 곳이다. 전쟁이나 흉년 등으로 중단된 적도 있지만, 사가독서는 18세기 숙종 연간에 폐지될 때까지 340년 이상 이어졌다. 성삼문 서거정 이황 정철 이이 유성룡 이항복 등 걸출한 인재들이 모두 이 제도의 수혜자였다.

19세기 영국에도 이와 비슷한 독서휴가제가 있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고위직 관료에게 3년에 한 번씩 ‘셰익스피어 휴가’를 줬다. 기간은 한 달 가량, 유급 휴가이고, 셰익스피어 작품 5편을 정독해 독후감을 내는 것이 숙제였다. 셰익스피어에게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구하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자기계발서나 성공학 책보다 훨씬 근사한 선택이다.

사가독서 같은 제도를 되살렸으면 좋겠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근 채 한가로이 책을 보는, 옛 그림 속 선비의 여유가 새삼 그리워진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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